미국에서 대학 다닐 때 성적도 좋았고, 아르바이트도 하며 용돈도 다 벌었고, 방학 때도 열심히 대외 활동하고 수강해서 조기 졸업을 할 정도로 꽤나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지금에 비하면 그때의 삶에 후회가 많이 든다.
그때 당시의 목표는 빨리 학교를 끝내는 것이었다. 근데 그 목표가 아쉽다.
방학 때 짬짬이 대외활동을 했는데 그때마다 적어도 한 분께는 꼭 회사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었다.
대학교 2학년 방학 때는 IT 관련 콘퍼런스 VIP룸에서 호스트로 일했는데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누구나 아는 회사들에서 짱짱한 스피커들이 많이 오셨다.
그분들께서 잘 봐주셔서 한 번에 세 군데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뉴욕에 있던 한 회사가 정말 끌렸는데 그때 당시의 내 목표는 학교를 마치는 것이었기에 끝내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학교를 잠시 휴학하고 뉴욕에 갔었더라면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후회가 아직도 남는다. (TMI지만 그 이후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는 다른 나라에도 진출을 하며 그때보다 훨씬 커졌다. 그래서 더 아쉽다.)
우리는 목표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한다. 결국 난 그때의 목표대로 열심히 노력해서 학교를 일찍 마치길 성공했다. 그 목표가 동기부여의 역할도 한 것이다. 지금 나의 엄마표 영어 목표 설정은 잘 되어 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된다.
현재 나의 목표
나의 첫 번째 목표는 로메이징 스터디의 완성이다. 이 완성이란 양과 퀄리티,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1) 1년 치 양을 완성시키는 것 (2) 최근 연구결과에 따른 과학적 근거들을 기반으로 스터디의 퀄리티를 업그레이드 및 완성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나를 믿고 따라와 주시는 엄마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논문들을 전달하는 것이다. 논문을 공부하기 전까지는 누가 이 말하면 여기로 저 말하면 저기로 이리저리 흔들렸다. 또는 상술에 넘어가거나. 적어도 나와 함께 하시는 엄마들은 그렇지 않기를 원하기에 이 목표를 설정했다.
책만 읽을 수도 있지만 논문을 읽기로 결정한 이유는 논문이 책 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은 저자의 생각이나 경험에 바탕이 된 경우도 많은 반면, 논문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쓰였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증거가 분명하다.
물론 논문들이 서로 상반되는 얘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 나는 최신 논문을 더 위에 두거나 실험 방법을 비교해서 판단한다.
최근 논문일수록 사용하는 실험 장비나 실험 방법이 이전보더 더욱 발전하여 이전에 몰랐던 것을 발견하거나 오류가 있던 것을 바로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험 방법을 비교하는 이유는 어떤 실험이 더 변수를 줄여서 오류를 최소화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설정해 놓은 목표에 따라 육아를 제외한 시간 모두를 전적으로 논문 공부와 콘텐츠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밥 먹을 때도, 아기 잘 때도, 쉬는 시간이 있을 때도 모두 그렇게 사용한다. (혹시나 로봇 같다고 하실 것 같아.. 쉬는 건 첫째 하원 후 어린이집 엄마들과 얘기하며 쉰다.)
동기부여의 힘
근데 정말 재밌다. 물론 신체적인 한계 때문에 잠을 많이 못 자니 피곤하긴 하지만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논문들을 공부하고 어떻게 하면 더 콘텐츠를 업그레이드시킬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 목표가 동기부여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대학생 때는 완전히 다르다.
그때는 높은 점수와 학위를 위한 공부였고, 지금은 남을 위한 공부이다.
그때는 지식을 이해하는 것에서 그쳤고, 지금은 그 지식을 토대로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해 낸다. (이해(understanding)는 블룸의 교육목표 분류 5단계 중 2단계에 그치는 반면 창조(creativity)는 가장 높은 단계이다.)
목표와 동기부여의 퀄리티가 다르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물 또한 다른 것이다.
엄마들께 도전
이 글을 읽으시는 엄마들께 도전한다. 우리 아이와 함께 하고 있는 엄마표 영어의 목표는 무엇인지 짧은 목표와 긴 목표로, 또 여러 측면으로(영어 실력면, 엄마 자기 계발면, 엄마-아이 관계면, 사회적인 면 등) 나누어 생각해 보시길 권한다.
아니, 꼭 엄마표 영어가 아니어도 좋다. 엄마 자신에 관한 또는 우리 아이에 관한 어떤 것이든 좋다.
육아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인 우리. 경력 단절이나 워킹맘의 비애 같은 부정적인 마인드가 아닌, 현재의 자리에서 기쁜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보는 것은 어떨까.
과거의 내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이 떠오른다. 과거에 대해 후회하는 글로 시작했지만 현재를 사랑하는 글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