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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Apr 16. 2024

보이차, 숙차도 프리미엄 급이 있나요?

대평보이차 육성차 시음기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 중에 의외로 숙차를 거부하듯 안 마신다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왜 숙차를 마시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런 차를 왜 마시냐며 되묻기도 한다. 그런 분들은 대체로 노차만 고집하며 마시는 사람이 많다.     


2010년 전후로 7542나 7572 등 숫자급 보이차 세대와 고수차 세대가 나누어진다. 숫자급 보이차 세대가 동경하는 차는 소위 노차라고 부르는 오래된 진년차이다. 이 분들은 홍인으로 대표되는 90년대 이전 노차에 관심이 많은데 숙차는 거들떠보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보이차에서 생차의 기준이라고 했던 대익 7542, 숙차는7572, 노차의 대표격인 홍인


숙차로 시작해서 생차만 마시고 있는데     


2006년부터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생차는 도저히 내 입에 맞출 수가 없었다. 7542라고 해도 햇 생차는 물론이고 십 년가량 묵힌 생차라도 쓰고 떫은맛을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다. 어떤 사람은 역겹다고 하는 숙차 특유의 숙미가 내게는 풍미로 느껴지고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와서 거의 십 년을 숙차만 마셨다.     


그러다가 2010년 무렵부터 고수차를 마시게 되면서 생차의 향미에 서서히 젖어들게 되었다. 산지별로 다르게 다가오는 특유한 향미에 매료되어 지금은 숙차보다 생차를 더 자주 마시고 있다. 숙차는 식전 아침차로 마시고 하루 내내 고수 생차만 마시고 있으니 고수차가 보이차 시장의 대세가 되어버린 이유를 알 수 있다.     

내가 일상에서 즐겨 마시는 보이차, 숙차는 필유여경, 생차는 대평보이차로 둘 다 대평보이차에서 출시된 차이다

생차를 십 년 이상 매일 3리터가량 마셔오다 보니 차의 향미를 음미하는 구감 스펙트럼이 넓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숙차도 호불호가 분명해져서 손이 가는 차가 점점 줄게 되었다. 요즘 아침 식전에 마시고 있는 숙차를 보니 거의 산지가 표기되어 있거나 고수차를 주로 만드는 곳에서 만들고 있다.

    

숙차만 마셨을 때는 어떤 차를 마셔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생차 위주로 마시다 보니 차를 차별하며 호불호를 따지고 있으니 내 차 생활이 꽃길에서 가시밭길에 들어선 게 아닌가 싶다. 따지고 보면 좋은 차와 그렇지 않은 차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내입에 맞는 차를 선택해서 마시고 있는 셈이다.     


대평보이차 육성차를 마셔보니     


육성차는 고수차 전문 브랜드인 대평보이차에서 출시된 프리미엄 급 숙차이다. 대평보이차 대표인 대평님의 얘기로는 육성차는 상품으로 내놓기 위해 만든 차가 아니라고 했다. 고수차 최고급 모차로 소량 생산된 특별한 숙차여서 보관해 두기 위해 포장지 없이 1kg 대전차로 찍어둔 것이란다.     


육성차를 마셔보니 숙차 초기 방식인 중발효기법으로 만들었는데 탕감이 입 안에 녹아드는 것처럼 부드럽다.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주스처럼 매끄러운 데 이런 느낌의 숙차는 내 기억으로는 처음인 듯싶다. 숙차지만 은근한 쓴맛이 쌉쌀하다는 표현이 이런 맛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두터운 탕감에 단맛이 바탕을 이루는데 따로 시럽을 첨가한 것 같다.             



아침에 마시는 숙차가 열 가지 정도 되는데 육성차는 다른 숙차와 구분해야 하는 독특한 향미이다. 이 정도의 숙차라면 90년대 노차와 비교 시음을 해도 밀리지 않을 듯하다. 숙차가 특별해 봤자지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같이 마셔보고 싶다.     


숙미가 거북해서 숙차를 마시지 못한다는 사람, 90년대 차라도 노차라야 한다는 사람, 생차를 우대하고 숙차를 낮춰보는 사람이라면 육성차를 마셔보면 좋겠다. 숙차는 현대보이차라는 말처럼 해마다 지속적으로 더 좋은 향미로 고급차가 출시되고 있다. 육성차를 프리미엄 숙차 라인업의 맨 앞에 내세워도 손색이 없다고 추천해도 좋겠다.     


생차는 생차, 숙차는 숙차  

   

보이차를 바라보는 일반의 시각은 생차를 우위에 두고 숙차를 낮춰보는 게 지배적이다. 고수차가 보이차 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다른 차류에 비해서 싸도 너무 싼 차였던 보이차의 가격대가 크게 변화되고 있다. 통 단위 구입을 망설일 필요가 없었던 정도로 저렴했던 보이차가 한 편을 구입하면서 망설여야 할 고가의 차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왜 그동안 보이차 가격이 다른 차류와 비교해서 그렇게 저렴했던 것일까? 그건 밀식 재배 차밭 환경의 다원차는 모차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차산지 구별이 없는 대량 생산 체계의 차창차-대익, 노동지, 하관 차는 고수차와 상관없이 지금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숙차도 고수차 바람에 힘입어 프리미엄 급과 일반 차로 생산 관리되면서
고급 제품 라인으로 출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차산지와 차나무의 수령, 채엽 시기를 구분해서 만들어지는 고수차는 산지별로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인다. 이제는 숙차도 고수차 바람에 힘입어 프리미엄 급과 일반 차로 생산 관리되면서 고급 제품 라인으로 출시되고 있다. 일반 숙차와 고급 숙차는 어떻게 다를까? 그건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고 고급 숙차의 향미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 프리미엄 급 제품이 더 많이 공급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차를 마시는 사람의 체질에 따라 생차가 몸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생차를 마셔서 몸에 부담이 오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손발이 차고 위장이 약한 경우가 많다. 몸이 찬 사람은 생차는 가끔 마시고 숙차를 자주 마시는 게 좋다. 이제는 숙차가 생차보다 못한 차라는 편견을 버리고 숙차의 다양하고 특별한 향미를 즐기는 차 생활을 권해본다.     



          

대평보이차 육성차를 마시면서 숙차가 현대보이차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생차는 고수차가 대세가 되면서 육대차류에서 당당하게 제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숙차도 생차보다 하위 개념으로 낮춰보는 시각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생차는 보이차에 대한 지식 여하에 따라 자신에게 알맞게 선택할 수 있다. 생차가 가지는 특징은 내가 즐겨 마시는 차가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숙차는 내가 즐겨 마시면 다른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공감대가 넓다고 본다. 육성차는 프리미엄 급 숙차로 누구에게 우려내어도 차의 향미에 탄복하게 할 최고의 보이차로 추천한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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