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건축과 삶' - 2024. 10. 16. 게재
근래에 설계했었던 단독주택들은 면적이 100㎡ 이하였다. 신고 규모의 면적인 100㎡ 단독주택의 설계비는 얼마 정도에 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단독주택은 건축주나 건축사가 서로 설계비를 받아들이는 게 입장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설계비를 바라보는 기준에서 건축주는 집의 규모가 되고 건축사는 설계 기간이 되기 때문이다.
건축사로 개업을 하고 단독주택을 50여 채가 넘게 설계를 했었지만 내가 책정하는 설계비를 양보했던 적이 별로 없다. 단독주택은 설계 기간이 최소 3개월, 협의가 길어지면 6개월이 되는 경우도 있다. 부부가 서로 의견을 달리해서 애써 진행된 계획 설계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단독주택은 설계 작업만큼 시공 과정에도 참여해야 하는 일에 써야 하는 시간도 만만찮다.
십 년 전에 150㎡ 정도의 단독주택을 짓겠다고 찾아왔던 한 건축주는 내가 제시하는 설계비에 동의를 한다면서 그 근거가 궁금하다고 했다. 이 건축주의 단독주택은 지가가 높은 땅이었다. 그 당시에도 ㎡당 천만 원을 호가했으니 지가만 해도 5억 정도였고 공사비까지 거의 10억에 가깝게 들어가는 집이었다. 건축주가 알고 있는 건축사들은 천만 원 이하로 설계비를 제시했었다고 했다.
나는 건축주에게 당신이 건축사라면 설계비 천만 원으로 십억이 들어가는 예산을 걱정하며 작업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 건축주는 무릎을 치며 그동안 설계를 의뢰할 건축사를 정하지 못했던 게 이 때문이었다고 했다. 건축주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천만 원이라는 설계비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했다. 건축주도 이해하지 못할 설계비를 제시하는 건축사들은 설계를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
단독주택은 설계도면을 그리는 대가로 보면 천만 원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건축주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보금자리를 지어내야 하는 일인데 어떻게 그 설계비로 작업할 수 있을까? 우리 건축사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너무 가벼이 여기고 있어서 30년 전의 설계대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해마다 단독주택을 한 채 이상 설계 해왔지만 설계비를 설득하는 게 업무 과정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첫 작업에 받았던 설계비를 올려 받는 건 고사하고 25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금액이라는 게 더 한심한 일이다. 건축사로 30년 이상 해왔으니 단독주택 정도는 눈 감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민간설계대가 요율이 법제화되어 있지 않다 보니 지금도 평당 설계비로 흥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업계의 현실이다. 100㎡ 단독주택이 건축허가만 받으면 그만인 작업이라면 건축주가 주는 대로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집의 규모와 상관없이 건축주의 식구들의 행복을 담아야 할 집이 건축사의 손에 달려 있다면 설계비는 얼마가 되어야 할까?
원문읽기 : http://www.anc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7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