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걷는 생각들> (11)
집수리를 추진하면서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시공업자 선정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공사 과정에서 겪는 피로감을 이야기했다. 공사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거나 일정이 어긋나는 일, 말 한마디로 분위기가 틀어지는 경우까지. 나는 그런 갈등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고 마음을 소모하고 싶지도 않았다.
처음엔 동네 업체에 맡길까 했다. 가까워서 편하겠다는 판단이었지만 오히려 더 피곤해질 수 있다며 이웃이 만류했다. 결국 고민 끝에 다른 동네에 사는 동생에게 부탁해 믿을 만한 시공업자를 소개받았다. 큰 규모의 공사를 하는 분은 아니지만 성실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 요즘처럼 복수 견적이 당연한 세상에 여러 이야기를 나눈 뒤 망설임 없이 바로 계약했다.
공사가 시작되자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벽을 뜯으면 보이지 않던 문제가 드러나고 전기선을 따라가면 또 다른 결함이 발견됐다. 그때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신경전이 벌어지면 끝이 없을 것이다. 다행히 이분은 그런 기색이 거의 없다.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차분히 상황을 설명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간다.
나 역시 처음 며칠은 이런저런 잔소리와 세부적인 요구사항을 내놓았다. 아울러 돌발 변수나 추가 요청으로 예산이 초과되면 그 부분은 당연히 지불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장 인건비는 제때 지급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 내가 먼저 나서서 상당한 금액의 선불도 건넸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시공업자 역시 능동적으로 판단해 구석구석 꼼꼼히 살피며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집수리의 결과가 좋으려면 충분한 예산이 필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집주인과 시공업자 사이의 신뢰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약속을 지켜가는 일 그것이 일을 부드럽게 만드는 힘이다. 결국 일의 완성은 기술과 태도가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아직 공사는 초반이지만 끝까지 그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