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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준 May 18. 2023

생활 미학

포토에세이 / <SW중심사회> 2023.05

기술 발전에 따라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있지만, 그렇게 확보된 시간이 모두 여유로운 삶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생활세계를 작동하는 시스템과 여가 활동도 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모든 게 빠른 시대다. 빠르다는 건 대개 편리함을 도모하지만, 중요한 무언가를 지나치고 간과하게도 만든다. 너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미처 볼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 무언가가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라면 많이 아쉬울 것이다. 가끔 속도를 늦추어야 하는 이유이다.


속도를 늦추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걷기다. 걷다 보면 너무 익숙해서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것들을 문득 발견하는 경험을 한다. 세월 앞에서 조용히 사라져 가는 삶의 흔적, 너무 소박해서 눈길이 잘 가지 않는 생활소품, 자연스럽게 구현된 정겨운 골목길 풍경. 그런 존재들에 말을 걸고 귀를 기울이며, 조용히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참 행복하다. 걷기와 사진이 나에게 안겨준 최고의 선물이다.

# 사진 : 이탈리아 몬테산비아조, 경북 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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