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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순삭

by 행복마중 윤정란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라고 느끼는 시간들이 있다.

연애할 때, 이런 느낌이 자주 어쩌면 매일 든다. 통화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1시간이 지나고, 만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드라마에서도 자주 나온다. 헤어지기 아쉬운 연인들이 서로를 계속 바래다주는 상황. 헤어지기 싫어서, 계속 같이 있고 싶어서 결혼을 하게 된다.

연인만이 아니라 일에서도 이렇게 사랑에 빠질 때가 있다.

뭔가에 몰두했을 때이다. 집중해서 일을 하고 나니 퇴근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에서만 시간 순삭을 경험하는 건 아니다. 너무 하기 싫어서 미뤄뒀던 일인데, 마감이 다가와 어쩔 수 없이 집중력을 짜내야 할 때, 이때도 시간 순삭을 느낀다.

처음에는 집중이 안 되다가 마감이 임박해 오면서는 어쩔 수 없이 집중을 하게 된다. 어느 순간 내가 그 일에 몰입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 마치고 난 후에 알게 된다. 그때의 후련함과 뿌듯함도 꽤 좋은 감정이다.

특히, 시험을 앞두고 우리가 많이 했던 경험이다. 벼락치기 스타일인 나는 늘 시험 보기 전날 집중력을 쏟아내 공부를 했었으니까. 그렇게 공부하고 나면 공부가 재밌다는 생각이 들고, 뿌듯한 마음에 다음 시험은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하지만, 언제나 똑같이 벼락치기하는 습관은 바꾸기 힘들다. 그렇더라도 해 내고 난 후의 짜릿함 때문에 다음에도 다시 집중해서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집중한 상태를 '몰입'이라고 하는데, 이 기분이 좋다.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는 생각이 들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내가 꽤 괜찮은 사람 같다는 만족감도 주기 때문이다.

몰입의 경험, 시간이 순삭 지니깐 느낌을 자주 느끼는 것도 행복의 지수를 높여준다.

오늘 나는 하기 싫었던 서류를 작성하며 시간의 순삭의 기분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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