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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한 차이

by 행복마중 윤정란

어제 새벽 이후로 비가 안 온다. 장마철이다 보니 여전히 습도는 높지만, 하루 비가 안 왔다고 체감상 느껴지는 습도는 조금 낮아진 느낌이다. 아침에 환기를 하려고 창문을 열었다. 시원하진 않지만 덜 습한 바람이 살짝 들어온다. 선풍기를 틀고 있으니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꽤 괜찮은 온도이다. 밖으로 나와 걷다가 그늘에 있으니 바람이 시원하고 그늘이 고맙게 느껴진다. 습도가 덜함이 느껴지는 미세한 차이가 아침을 조금은 기분 좋게 시작하게 한다.


놀이치료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지난주와 똑같아 보이지만 아주 미세한 차이가 발견될 때가 있다.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운 미세한 변화이다. 이 모습을 발견하면 희망이 생긴다. 아이가 마음이 단단해질 준비가 되었구나 싶어서.

아들과 이야기하다가도 평소와 다른 단어를 쓰거나 주제를 이야기할 때 신기하고 기특함에 아들을 바라보게 된다. 이런 생각도 할 줄 아는구나 싶어서.


나는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에서 미세한 차이를 잘 느끼는 편인 것 같다. 이런 부분을 더 잘 알아차리기 위해 집중하는 부분도 많긴 하다.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그 미세한 차이를 발견했기에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강점이다.

미세한 차이를 느끼는 것 때문에 괴롭고 힘들 때도 있지만, 그 덕분에 기분 좋음을, 행복함을 느끼기도 한다.


며칠 비가 안 오면 뜨거운 햇볕에 힘들어하겠지. 그러다 비가 내리면 습함은 있어도 비로 인한 시원한 느낌에 또 감사하게 되겠지.

미세한 차이를 느끼는 것. 삶을 더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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