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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장가가는 날

by 행복마중 윤정란

한여름의 더운 날,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어른들이 말씀하시곤 했다.

"오늘 호랑이가 장가가나 보네."

무슨 호랑이가 장가가냐며 웃던 어린 시절의 나. 어느 순간부터 이 말을 듣지 못했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빗줄기가 꽤나 세차다. 20분 이상을 걸었다. 신기하게 바지가 하나도 안 젖는다. 보통은 이렇게 비가 내리면 습해서 꿉꿉하고, 바지도 신발도 모두 젖어버리는데, 오늘 비는 조금 다르다.

비가 내리는 사이로 해가 비치기도 하고, 빗방울이 꽤나 굵지만 일직선으로 내린다. 뜨거웠던 바닥을 식혀주는지 시원한 느낌도 든다. 습도에 취약한 나의 반곱슬 머리도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한바탕 내린 비는 걷다 보니 그친다.

이렇게 상쾌한 비는 오랜만이다.

오늘이 호랑이 장가가는 날인가?

호랑이들이 여름에 장가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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