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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진 Oct 17. 2024

멘토

  작가님의 글을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러니까 지금과는 사뭇 다른 열정에 취해있을 무렵이다. 꽁꽁 숨겨둔 글을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서 '작가'라는 꿈을 꾼 것 같다. 작가. 참 매력적인 단어다. 글을 쓴다는 것이 취미를 벗어나 직업이 될 수 있다면, 왜인지 모르게 글도 조금 더 잘 쓸 것만 같고 그랬다. 그 시절의 나는 글을 왜 잘 쓰고 싶었는지 모른 채, 작가라는 꿈을 마음속에 키워갔다.


  내가 잘하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어쭙잖은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감정을 호소했다. 있지도 않은 감정을 찾겠다고 멋들어진 단어를 콕콕 집어와 글을 쓰고, 공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던 작가님이 어느 순간 출판사를 열었고, 이 무렵 나 또한 출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무렵 작가라는 꿈은 내 머릿속에서 차츰 멀어져 갔다. 내가 글을 못쓴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글은 억지로 썼다. 엉망인 글, 출판사라는 꿈. 이 정도면 작가님을 따라 해보겠다고 애쓰는 사람이지, 나라는 사람은 이도저도 아니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 나는, 잘하는 것에 몰두했던 것이 아니었던 사실이 조금 괴롭게 다가왔다.


  나는 내가 글을 쓴다고 모두가 읽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식 출간되어 나온 책이라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읽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출판에 '출'자도 모르던 나는 어떻게든 따라가 보겠다고 애썼다. 달리 하고 싶은 것이 없었기에 글마저 놓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군대를 가면서 오랫동안 글을 접하지 않게 되었다. 바쁜 일과에 정신없이 지내다 적응할 무렵, 작가님의 출판사에서 두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군생활에 적응한 나는 그제야 불침번 때 종종 책을 읽기 시작했고, 글을 몇 자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브런치 스토리를 알게 되었고, 무작정 쓴 글이 운이 좋게도 심사에 단박에 통과되었다. 그렇게 나는 작가님의 두 번째 책 덕분에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언젠가 작가님이 라이브 방송에서 나의 글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 신났던 기억이 너무 커 그때 하셨던 말이 또렷하진 않지만, 대충 좋은 글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 번에 통과한 브런치 스토리 심사가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 글에 재능 있나. 그때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도 어떻게든 글을 쓴다. 좋은 글을 쓸 줄 알아야, 좋은 글을 찾고 올바른 출판일을 할 수 있겠다고 다짐했고. 더 이상 모방이 아닌, 나의 꿈이 형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세 번째 책이 출간되기 전 작가님은 출판에 어려움을 전했다. 다소 현실적인 문제를 들었고, 출판시장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더욱 체감했다. 그런데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글을 못 쓴다는 사실을 알았고, 출판시장이 어렵다는 것 또한 알지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해보고 싶기보단,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신이 생겼다.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이 아니더라도 글을 읽고 쓰며 본인과 타인에 대한 성찰과 이해를 하게 되기를, 그런 세상을 간절히 바랐다. 꿈이 확고 해지니, 나에게 있어서 글은 더 이상 좋아하는 일이 아닌 두렵지만 이겨내야 할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글을 좋아할 때보다 신중하고, 만족하며 글을 쓰고 있었다.


  작가님의 첫 번째 책이 개정판으로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네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두 책 사이에는 미묘한 변함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방송작가를 꿈꾸며 드라마 시나리오를 소리 내 읽어보던, 웹소설작가가 되겠다며 서툰 맞춤법과 필력으로 웹소설을 끄적이던 나라는 사람은 여전히 글을 읽고 쓴다. 미묘하게 변했지만, 나의 꿈은 항상 온전하다. 내 꿈을 지켜준 고마운 작가님에게 전하고 싶다. 작가님의 글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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