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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의 션샤인 Nov 09. 2022

40대·가장 멋진 날들을 위하여!

 나는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생활 17년 차 40대 중반의 외벌이 가장이다. 아내와 고양이 한 마리도 모시면서, 현재는 뜨거운 사막의 나라인 UAE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한국과 UAE를 오가며 살았던 세월이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간다. 


 40대 가장에게는 해야 할 일, 해내야 하는 일, 해 줘야 하는 일 등 온통 일 투성이다. 우리 40대는 한 조직에서 중간 실무자인 행동대장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에서나 회사에서 강요받고 있는 일들이 너무 많다. 특히 직장에서는 하루 종일 쏟아져 내려오는 일 처리하기도 바쁜데, 상사도 떠 받들어 모셔야 하고, 동료들과는 피 튀기는 눈치싸움을 계속해야만 밥값 좀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반면, 몇 명 되지도 않는 나이 어린 MZ세대 부하 직원들에게는 업무 지시는커녕, 쉽게 말 한마디 건네기가 겁난다. 


 집에서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아내에게 그렇게 타박받으면서, 겨우겨우 애들 좀 키웠나 싶었는데, 이제는 사춘기 청소년 비위도 맞춰줘야 되지, 고입·대입 학습 전략도 짜야하며, 키 안 클까 봐 밥 먹는 것도 걱정해야 되고, 살찌라고 운동도 시켜야 된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아내의 눈치는 계속 봐야 된다. 아니, 앞으로 점점 더 봐야 한다고 한다. 난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애들 혼낼 때 옆에 있으면, 같이 혼날까 봐 바짝 긴장된다. 그렇다고 그 상황에서 한마디 거들자니, '눈치 없이 끼어든다'라고 할 것 같고, 가만히 있자니 '왜 아무 말도 안 하냐, 애들은 나만 키우냐' 고 할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오늘 나한테만 불똥이 안 튀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아내에게 이런저런 불만은 많지만, 머릿속에 있는 그걸, 함부로 입 밖으로 내어서는 절대 안 된다. 큰일 난다.


 돈 벌기는 정말 어렵다. 매 달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굴리며, 모은다고 모아봤자 뭐 결국 거기서 거긴데, 재테크 열풍이 불어 닥친 몇 년 전부터는 우리가 해야 할 일만 더 많이 생긴 것 같다. 비트코인, 주식, 부동산 관련 유튜브도 봐야 되고, 미국 경제에 대한 책도 읽어야 하며, 중국과 4차 혁명에 관한 팟캐스트도 들으면서 대충 재테크 흉내라도 내줘야, '경제 무뇌아'니 '벼락 거지'니 하는 소리는 안 들을 수 있다. 

 참, 우리 나이엔 또 은퇴준비, 노후 대책 등 20년 뒤의 생활도 내다봐야 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퇴직연금이니, 국민연금인, 변액 보험이니... 정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다.


 심지어 내 몸뚱이 하나도 내 맘대로 그냥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뱃살 없는 중년 프로젝트' 같은 거창한 작전에는 동참 못하더라도, 항상 내장 비만도 걱정해야 되고, 간이며, 위, 혈관, 방광, 심지어 전립선까지도 미리미리 챙겨야만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야만 내 자식이 안 힘들다고 말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면역력 관리도 필수다. 강한 면역력으로 어떤 전염병도 물리칠 정도가 되어야 가정과 사회에서 사랑받을 수 있다.


 어깨가 무겁다. 요새는 어깨뿐만 아니라 온 몸이 무겁다. 명상이라도 잠시 해보려고 눈을 감으면, 온통 해야 할 일들만 생각나서, 호흡에 집중할 수가 없다. 지친다...


 얼마 전 TV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서 여주인공 '염미정'이 하루하루 아무 목적도 없이 술에 절어 살아가고 있는 남주인공 '구 씨'에게 뜬금없이 '날 추앙해요'라고 말한다. 추앙하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추앙 : 높이 받들어 우러러 봄' 즉, 나를 높이 받들어 우러러보라고 감히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잔말 말고 나를 추앙하라',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나도 추앙받고 싶다. 


 추앙받기 위해서, 그 사람은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존재여야 한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하든 믿고 따르며 존중해 줘야 한다. 하지만 종교집단이 아니고서야 과연 절대적인 존재가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런데 만일, 내가 절대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도 된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내가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더 멋지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과연 나는 알고는 있는가? 사실 잘 모르겠다. 불행히도, 지금까지 그것조차 따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으니까 말이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이 공부하라니 공부했고, 대학 나와서 대기업에 들어가야 평생 먹고살기 편하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때 맞춰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직장에 충성하며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니 벌써 반평생은 살아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무주택자에 경제적 자유를 빼앗긴 하루살이 월급쟁이일 뿐이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그대로 늙어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나는 지금 평범하게는 살고 있는가?' '그래서 나는 행복한가?' 물론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좀 더 이기적으로 살고 싶어졌다. 이렇게 시간이 더 지나가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리고 바라는 것에 좀 더 집중하며 살기로 했다. 지금 도전 중에 있는 것도 있고, 계획 중인 것도 있다. 물론 결국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즐거운 상상만으로도 지친 마음이 조금은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40대 가장의, 멋진 날들을 위해서... 그리고 40대, 가장 멋진 날들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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