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상황을 만든다. 글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나를 밀어 넣어야 한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도 “작심삼일”의 그물은 피해가기 힘들다. 쉽고, 편하고, 즐거운 것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런 본성이기 때문이다. 평이하게 흐르는 일상 속에서 불편과 고됨을 감내하며 의지를 가지고 무언가를 계속해 가는 일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잘 생각해 보면, 유난히 다른 때보다 더 집중이 잘 되면서 일의 진도가 더 잘 나갔던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주로 긴장되는 환경이나 누군가 나를 주시하고 있음을 느끼는 상황 등이 그러하다. 그래서 편안한 내 방에 혼자 있을 때보다는 독서실이, 공부하는 이들이 간간이 보이는 카페나 사무실이 더 집중력 있게 일이 잘 되는 것이다. 주로 평상시의 편안함보다는 약간 긴장되는 환경이 집중력을 높이고 안일한 마음도 가라앉혀 준다.
다량의 글쓰기가 필요한 책 쓰기에도 마음을 다잡기 위해 환경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하루 일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저녁이 되면 피곤하기 그지없다. 그런 상황에서 책을 쓰려 마음을 먹고, 지친 몸을 일으켜 다시 책상 앞에 앉으려면 온갖 유혹이 눈앞에 아른대게 마련이다. 유난히 재밌어 보이는 유튜브와 게임, 심지어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오래된 드라마까지도 작심만 하면 눈길을 더 빼앗는다.
그런 유혹에서도 굳은 의지를 지키려면 어느 정도 물리적 환경을 갖추고 그 안에 자신을 몰아넣을 필요가 있다. 매일 책을 쓸 수 있는 서재나 조용한 공간을 애써 만들고, 자신과 약속한 시간이 되면 반드시 그곳에 들어간다. 책을 쓰기 위해 신경 써서 만든 공간, 책을 쓰기 위해 준비한 시간! 그 공간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그 공간을 만들고, 정해진 시간에 그 공간에 들어가 책을 쓰겠다고 다짐했던 자신과의 약속들이 말이다. 그러면서 자연히 결연한 감정이 올라오게 된다. 그곳에서 꼭 책을 써내겠다고, 하루 중 남은 짧은 시간을 매우 값지게 쓰겠다는 바람들이 말이다.
나는 종종 야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육아와 살림도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하지만 매년 꾸준히 책을 내겠다고 다짐하였고, 그래서 이사를 갈 때면 어떻게든 책 쓰기를 위한 공간 마련에 꽤 공을 들인다. 서재를 따로 마련할 형편은 안 되어서 멋진 서재는 없지만, 침실 한쪽 벽면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큰 책장과 책상을 무리해서 들여놓는다. 그리고 매일 하루 일과가 끝나는 밤이면 스탠드를 키고 그 자리에 앉는다. 로맨틱한 안방을 꾸며줄 엔틱한 협탁이나 콘솔도, 티테이블도, 화장대도 없지만, 그래도 잠시라도 책 쓰기에 빠져들 작은 공간이 있기에 매일의 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
공간을 만들고 환경을 조성해 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 속으로 나 자신을 밀어 넣는 것! 꾸준한 작업이 시간과 함께 숙성돼야만 하는 책 쓰기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성공의 팁이다.
“일상 속 숱한 장애를 넘어 책 쓸 시간을 만들어 내려면,
귀찮아하는 그 마음부터 포기시켜야 한다.”
전업작가가 아닌 다른 주업을 가진 사람도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명한 속담 중에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라는 말이 있다. “작은 도끼도 연달아 치면 큰 나무를 눕힌다.”라는 말도 있다. 사람의 힘에는 한정이 있고,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일을 이루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큰일을 하려면 마음과 시간을 한데 모아야 한다.
책 쓰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모으고, 남들이 안 하는 생각을 끌어내며, 남과 다른 곳을 바라보고 더 넓은 세상을 전하려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쌓여야 한다. 가치 있는 결과물 대부분은 시간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사보는 사람들 역시 타인의 인생 경험과 지혜를 통해 부족한 시간과 노력을 보충하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의미 없이 보내는 조각시간을 붙잡아 매일 한 곳에 집중한다면 언젠가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마주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바람처럼 스쳐 가는 일상 속에서 일정한 어떻게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다.
요즘 같이 바쁘고 복잡하며 즐기고 해야 할 것도 많은 세상에서 매일 일정한 짬을 내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뇌는 조금만 지루해도 금새 흥미를 잃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다. 사람의 몸도 더 편하고 안락한 것을 좇는다. 게다가 요즘 문화는 또 어떠한가! 문자나 이메일 한 통만 확인하려 해도 이미 나에 대한 분석을 끝낸 온갖 마케팅 알고리즘이 유혹적인 광고나 배너로 화면을 어지럽힌다. 나의 시간을 빼앗아 자신의 자본으로 삼으려는 온갖 낚시들이 도처에 우글댄다. 현대의 삶은 정말 유혹을 피해가기가 어렵고, 그만큼 긴 시간 무언가에 집중하기 힘들다.
그럼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운영하거나 육아와 살림에 바쁜 일과 속에서 어떻게 하면 책 쓰기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내가 터득한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을 포기시키는 것”이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오늘은 특별한 일로 너무 늦었으니까, 오늘은 놀고 싶고 쉬고 싶으니까 등등…. 수많은 핑계가 밀려올 때도 “결국은 책을 한 줄이라도 써야 쉴 수 있다”는 마음의 포기가 있으면 매일 일정한 시간 책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는 일은 의외로 쉬워진다.
그러려면 한동안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책 쓰기 공간으로 들어가 앉아 있는 습관부터 들여야 한다. 의지로 습관을 만들면, 언제부턴가 습관은 유혹을 포기시킨다. 매일 글이 써지든 안 써지든, 자신과 약속한 시간에 책상 위에 앉으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습관이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오래된 습관”이 되면, 그것은 일상을 바꾸고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낸다.
나는 책 쓰기 시간이 되어 책상 앞에 앉으면, 신기하게도 머릿속에서 밀려오는 한 켠의 저항이 스스로 포기하고 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그냥 뇌가 포기하는 느낌. 약속한 그 시간에 자리에 앉으면 “아! 결국 이거 못 끝내면 내가 하고 싶은 편안한 휴식도 없는 거구나!”하는 것을 몸과 머리가 인정하는 것을 느낀다. 그런 단계가 되고 나면 나름 신기한 일도 생긴다. 책상 앞에 앉아 그날 쓸 주제를 생각하고, 자료와 생각 정리를 위해 집중과 몰입에 빠져드는 절차와 시간이 점점 더 압축적으로 축약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정해진 그 장소에 앉으면 금새 “일상”이라는 스위치가 꺼지고 “책 쓰기”라는 스위치가 켜지면서 더 빠른 속도로 집중과 몰입에 빠져들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즐거움과 새로움을 찾으려는 내면의 유혹을 억누르고, 이렇게 재밌는 일이 많은 세상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굳이 딱딱한 책상 앞에 앉으려면, 어느 정도 자신의 뇌를 포기시키는 것을 몸에 익혀야 한다. 그것이 전업작가가 아닌 사람이 빨리 책을 쓸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