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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Sep 26. 2024

차라리 감정싸움이 낫다 싶을때

그래도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나중에 또

지난번 몇 년 전, 온 가족 일본여행을 갔다가 감정고생을 심하게 하고 이번에는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대원칙들은 이러한 것들이었다. 첫번째,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생각은 좋은 것이 아니다. 두번째,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일어 난다. 세번째. 아무 일도 안 일어날 때는 보통 안 좋은 일만 계속 일어난다. 그러니까,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정이 어떻게 될지, 어디서 어떻게 움직일지를 대략적으로 정해서 말해두고 서로서로 감정 상하는 일 없도록 하자고 몇 번씩이나 이야기 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서로가 서로의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경쓴 것인지, 이번에는 생각보다 감정적으로 싸우는 일이 별로 없었다. 이상한데? 이정도면 투덜대야 하는데? 같은 상황에서도 투덜대지 않은 것이다. 더운 교토에서 언덕길을 올라갈 때도, 이때쯤이면 투덜거려야 하는데 하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꽤나 놀랐다.




하지만 이전에는 서로 투덜거리고 감정소모를 하는 것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 아니었을까 싶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서로가 다르다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그것은 단순히 취향이 달라서가 아니었다. 나는 오이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데 너는 왜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느냐, 같은 것이 아니었다. 최대한 순화해서 표현해야 취향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 그런 취향이 다른 사람들은 내 주위에 더이상 남아 있지 않는 그런 것이었다.




문득 다른 나라 여행을 간 사람들이 바닷가 돌에 손바닥만한 전복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전복을 캐서 가방에 넣다가 허가받지 않은 해양식물 채집으로 처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먹지도 못하고 가져갈 수도 없는 전복을 왜 캤던 것일까. 그 전복을 캤던 사람은 자기네 동네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해서 그랬을까?




아무리 참고 참아 부드럽게 말해도, 그건 성향이 다른 거다, 라고 참아가며 말할 수 밖에 없는 다른 지점이 그곳에 있었다. 그 다른 지점들이, 더 큰 감정싸움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눈에 띄게 보이며 튀어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삶을 살아왔음을, 그리고 그 삶을 이해할 수 없음을 알게 되는 그 매 순간. 그것이 새로운 스트레스가 되고 감정소모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기회가 된다면 가족여행을 가지 않을까. 그런 것들은 서로 잘 이야기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으니까.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나아진 것이 있듯이, 다음 번에도 나아지는 것이 있을 수 있으니까.




여행지에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내가 준비해서 가족의 새로운 경험을 도울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언젠가 좋은 날이 있다면 또 가 봐야겠다 싶었다.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있어도, 좋은 기회가 있다면 또 가족여행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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