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으려고 하는 일에 재미가 없으면
얼마 전에 옛날 독서모임 하던 때 만나던 사람들을 만났다. 생각해 보니 이 멤버로 밥을 먹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 거의 몇 년 만이다 싶었다. 을지로 근처의 고깃집에 대기를 걸고 시간을 맞춰 입장할 수 있었다. 나름 을지로 근처에서는 분위기가 독특한 곳이라 생각해서 꼭 그곳에서 먹고 싶었던 곳이라, 다행이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생각보다 다들 모습은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던 그 모습 그대로 다시 만났지만,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은 꽤 다사다난했다. 나도 몇 가지 기억하는 굵직한 독서모임 사건들이 그랬고, 한 명은 다음 달에 결혼한다고 하고 한 명은 내년에 결혼한다고 하는 모습이 그랬다.
비록 매 순간 하하호호 떠들면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관계는 아니라도, 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기에 이런저런 근황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때 문득 했던 이야기가, 요새 다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취미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은 취미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만화를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곤 한다. 내가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이나 아무 생각 없이 누르게 된 단편적인 정보들. 이런 것을 취미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그날 다른 사람들도 웹소설이나 웹툰을 본다고 했다. 진짜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취미라면 그런 거겠지 하는 것들.
나도 보통 취미라고 하는 것들, 맛집을 다니거나 요리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거나 하는 것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나는 뭔가 그것들이 더이상 취미가 아니라고 느꼈다. 내가 취미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더이상 나에게는 취미가 아니다, 라고 나는 이야기 했다.
맛집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만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울 것을 찾는 것에 주객이 전도되어 그것을 위해 맛집을 가 보려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내가 취미라고 생각 했던 것들이 그런 식이다. 요리를 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는 것들. 그것 자체가 재밌어서 라기 보다는, 그것을 꾸준히 해 나간다는 일종의 성과를 유지하기 위함 아닐까 싶어졌다.
내가 맨 처음 그 취미들을 좋아했던 이유가 있었을 텐데. 맛있는 것을 먹어보는 것이 좋아서, 요리를 하는 것이 즐거워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아서, 순간을 기록하고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그런데 지금은 문득, 이전부터 꾸준히 해 오던 것을 계속 해 나가는 것이, 그것이 더이상 재미 없어진다 해도 중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순간의 재미와 재미 없는 일을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것, 둘중에 훗날 나에게 도움 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답은 명백한 후자이기에, 해야 하는 것도 후자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릴 때도 있다.
어쩌면 취미를 더이상 취미같게 하지 않는 것이, 내 성향인가 싶어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