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고 나서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
문제 없이 공간을 준비하고 이용하기 시작한지 시간이 지났다. 이런저런 공사를 하고 공간에서 영업을 시작하고 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런 일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람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오판 아닐까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저런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걸 하나씩 고쳐나가야 할 순간이 되었다. 가장 먼저 신경쓰이기 시작한 것은 바닥이었다. 맨 처음 왔을 때 두껍게 데코타일로 몇 겹이나 쌓여 있었던 바닥은, 데코타일을 모두 철거하고 수평 작업을 다시 한 뒤 코팅을 한 상태였다.
그런데 맨 처음에 코팅을 했을 때는 평평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잔금이 생겼다. 그리고 그 금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여기 저기로 퍼져나갔다. 사실 금이 조금 가는 것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 균열이 점점 커져서 조리도구가 빠질 정도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물론 시멘트가 갈라지면서 생기는 균열이란 한계가 있으니 적당히 벌어지다가 마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때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기에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균열이 더 커지는 것과는 별개로, 어쨌든 균열이 생겼으니 그 곳에서 계속해서 시멘트 조각이 깨져서 굴러다닐까 하는 것도 염려되었다.
돈을 더 들여서 뭘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써도 문제는 없는 것인지, 내가 물어볼 곳은 한 군데 밖에 없았다. 공사를 했던 사람에게 연락해서 한번 방문해서 봐 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알 수 있었다. 공사란 공사 자체가 끝나기 전까지는 명확하고 빠르게 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흐릿하고 흐지부지 되기 쉽다는 것을.
좌우지간 공사 했던 사람은 말하기를, 균열은 미세한 시멘트로 채워 넣고 갈아서 매끄럽게 하는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고 이는 무상 AS 로 진행 가능한 부분이라고 했다. 다만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분진이 발생하니 비품 같은 것을 다 비닐로 덮어 두어야 했는데, 이미 영업을 하고 공간을 이용하는 와중에 이는 쉽지 않을 듯 했다.
더불어 생각이 짧았던 내가 바닥을 회색 톤으로 진행했는데, 색 변경도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원한다면 색을 바꿀 수 있지만, 하필이면 내가 벽에다가 울퉁불퉁한 템바보드 시공을 해버렸기에 그 사이사이까지 색을 채우기는 힘들 수 있고, 자세히 보면 색을 덧칠한 것이 티가 날 것이라고 했다.
일단 당장 균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더 이상 균열이 생기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나중에 필요한 경우 추가 작업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생각하니, 애초에 처음부터 잘못된 것 아닐까 싶었다.
데코 타일로 덮여 있는 바닥을 확인했을 때 바닥이 시멘트 바닥으로 고르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방수 코팅이나 심지어는 아마 난방기구를 넣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판이 들어가 있기도 했다. 그 위에서 바로 간단한 마감 후 수평몰탈 작업과 코팅을 했으니, 균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아니었을까.
돈과 시간이 들더라도 아예 바닥 미장을 처음부터 다시 해서 평평하게 맞추고 수평 작업과 코팅을 진행했어야 했다. 혹은 공간 이용을 고려하여, 단순한 코팅 말고 다른 방식으로 마감을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걸 결정할 때의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경험도 없었으니까. 공간을 얼마나 이용할지, 얼마 정도의 공사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니,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새로운 경험을 했다 생각하고, 지금도 공간 바닥은 카페트를 깔아 버리는 방식으로 균열 대부분을 가리는 방식으로 문제 없이 이용 중이다. 하지만 공사했던 사람은 나중에 이런 문제가 생길 줄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물론 내가 요청한 시간 안에 공사를 마무리 하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정말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던, 이거 하자인가요? 하는 질문이 종종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