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오븐을 한개 더 추가한 이유
베이킹을 하기에 적당한 공간을 꾸미고 운영을 시작하면서, 맨 처음에는 오븐을 한 개만 뒀었다. 내가 일전에 써 봤던 고급 오븐 하나와, 집에서 홈베이킹 할 때 이용하던 오븐과 같은 기종으로 사이즈만 큰 것이었다. 두 가지는 구매가 기준으로 열 배 가까이 차이가 나니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후자는 홈베이킹 하기에는 괜찮을 수 있어도, 여러명이 동시에 일관된 베이킹 결과물을 생산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베이킹 일정을 진행할 때는 보통 좋은 오븐을 쓰더라도, 그냥 오븐을 둔 것은 베이킹 목적으로 쓰기보다는 요리 목적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쓰기를 바라는 생각에서였다. 물론 내 생각과 현실은 많이 다른 것이 항상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베이킹 일정을 진행하다 보면 생각보다 4판 굽기로 일정을 진행하기에 아쉬울 때가 많았다. 내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모든 세부사항을 결정하면서 진행한다는 것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가급적 추가 구매를 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4판이 적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16명이서 한 판씩 쿠키를 굽는다고 하면 한 번에 4명씩 구울 때 4번을 구워야 하는 것이다.
원래는 쿠키를 굽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뒷정리를 하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4명이 굽는 동안 나머지 12명이 순서를 기다리는 것은 생각보다 더디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외부 공간을 이용할 때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되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진행한다 했지만, 이제는 내가 의도한 대로 공간을 더 추가할 수 있으니 조금 더 내 결정대로 진행해도 되겠다 싶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나도 오븐이 한개 더 있으면 좋겠다 생각에 오븐을 하나 더 추가하기로 했다. 지금 이용하는 것과 같은 고급 오븐을 하나 더 놓는 것은 무리더라도, 훨씬 기능이 간편한 하지만 스펙은 거의 동일한 같은 브랜드의 오븐을 하나 추가하는 것 정도는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이때 당시에 나는 공간을 최대한 낮은 유지비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세팅하며 주말에 모든 업무를 몰아서 하고, 평일에는 이전에 다니던 회사와 비슷한 본업을 해 나가는 방식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돈을 최대한 절약하고 굳이 쓸 필요가 없는 돈은 쓰지 않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낫겠다 생각했기에, 오븐을 하나 더 추가하며 지출이 나가는 것이 매우 뼈아프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븐을 추가한다면 작업 효율이 못해도 두 배는 상승하니, 그럼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으니, 일단 해 볼 만하다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오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서, 비슷한 모델만 많고 정확하게 내가 원하던 것은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러다가 아주 옛날 집 안에 술 냉장고를 들여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냉장고 견적을 알아봤던, 중고 가전 중개 업체가 떠올랐다. 이곳에 물어본다면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정말 오랜만에 연락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이전에 진행했던 베이킹 일정에 자주 와 줬던 사람이 일하는 곳이었다. 그때 주방용품 중개 업체에서 일을 한다고 했었는데 이곳이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좌우지간 구매했던 오븐은 중고 오븐이지만 선 길이가 확인했던 것과 다르고, 유리 고정 부속이 위아래가 반대로 조립되어 있었던 점을 빼면 다른 것은 큰 문제가 없어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열 조절을 조금 더 신경써야 하긴 하지만, 오븐이 두 개가 있으니 확실히 베이킹 속도도 훨씬 빠르다.
가장 걱정했던 점은 공간의 전력량이 동시에 오븐 두 개를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맨 처음에 오븐 두 개를 연결해서 동시에 돌려 보면서 혹시 공간 차단기가 내려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한 가득이었는데, 다행히 별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뭐든지 한 개 보단 두 개가 낫다. 오븐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