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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누 Aug 19. 2021

브랜드 창업과 배움

다시 회사로.

첫 퇴사를 하고, 나는 내 요가 브랜드에 온 에너지를 쏟았다.

나 혼자 운영하는 브랜드이다 보니,

디자인부터 온라인 마케팅까지 다 혼자 해야 해서, 밤새 일을 해도 끝이 없었다.


브랜드에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

지금은 흔하지만,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재활용 패트병을 이용해 만든 패브릭과

모든 제품을 자연 친화적인 프로세스와 재료만 사용해서 만드는 친환경 브랜드를 만들었다보니,

재료 소싱에서부터 난관이 많았었다. 


그리고 나는 b2b보다는 b2c 브랜드를 만들었기에,

재고는 당연히 안고 가야 하는 숙제였고.

캐나다의 넓은 대륙에 비해 적은 인구, 그로 인한 무시무시한 배송비가,

온라인 위주의 샵이었던 나에게는, 아주 큰 골칫거리였다.

Ambassador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라인 홍보를 함으로써,

미국 손님들이 꽤나 확보가 되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오프라인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걸 느꼈기에

페어란 페어, 스몰 비즈니스 마켓이란 마켓은 발로 뛰며 찾아다녔다.

겨울이 긴 캐나다 특성상,

토론토에는 여름이면 매 주말마다 여기저기서 페스티벌이나 마켓이 열렸는데,

그러다 보니, 나에게는 여름이 가장 바쁜 시즌이었고, 여름휴가는 사치였다.


동네 요가 스튜디오와 편집샵들을 찾아다니며, 옷을 납품해서 팔 수 있는 곳들을 찾아다녔고,

이렇게 하나둘씩 쌓여가던 인맥들 덕에,

토론토 파크데일에 오프라인 매장도 론칭할 수도 있게되었다.

1인기업이다보니,

신제품 디자인부터, 온라인 오더 관리, 매장 재고 관리, 홍보/마케팅, 재료 수입, 공장과 컨택트, 커스터머 서비스, 페어나 마켓에서의 세일즈까지 이 모든 걸 내가 다 해야 했어서, 정말 하루도 쉴 날이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일을 했음에도, 이거 하나로만 밥 먹고 살아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비싼 토론토 물가와 하루가 다르게 껑충껑충 오르는 집값도 한 몫했다.


1년 동안 나의 24시간, 365일의 모든 시간을 이 브랜드에 할애하고는,

결국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직장인의 삶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이 브랜드를 2년 동안 유지했고,

돈을 많이 벌진 못했지만, 투자금도 다 회수했기에,

첫 도전 치고는 꽤나 큰 성과였던 것 같다.


비록 브랜드 문은 닫았기에, 어떻게 보면 실패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값진 경험이었기에,

실패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회사에서는 소싱팀이 해주던 일을,

내가 스스로 해보면서, 벤더와의 비즈니스 관계와 신뢰 형성에 직접 개입해볼 수 있었던 기회였고,

초반에 대량의 패브릭 롤을 아무 지식 없이 수입하면서,

부딪혔던 난관들 덕분에, 수출입과 통관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비즈니스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손님들도 만났고,

그로 인해 아직까지도 인연이 이어지는 사람도 있고,

캐나다에서 좀 더 자리 잡을 수 있던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도 나에게 부족했던 스킬들을 채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걸 어떻게 했지? 싶다.

참 그때의 나는 에너지가 정말 넘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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