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돌아온 후에 나는 한 가지 취미가 생겼다. 매주 화요일에 영화를 예약하고 아내와 함께 근처의 영화관으로 향한다. 매주 화요일은 호주의 영화를 반값으로 볼 수가 있다. 영화를 본 후에는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최신 영화가 방영되면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영화관에서 거의 동시에 상영이 이루어진다. 그렇게 한국 영화를 보는 것이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오늘 본 영화는 북한 군에서 제대가 얼마 안 남은 병사가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탈주를 계획하고 목숨을 걸고 탈출을 하는 내용을 실감 나게 살려냈다.
주인공이 비무장 지대를 순찰하다 지뢰에 걸려 죽은 멧돼지를 구워 영양실조가 걸린 후배 병사들에 먹이려다 비리 상관들의 덫에 걸려 모두 빼앗기고 간신히 일부를 훔쳐 후배들에게 먹인다. 자신의 탈출 계획을 알고 있는 후배의 탈주를 보고 도와 주려다 동시에 탈주범으로 걸려 총살형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어릴 적에 알고 지내던 고위간부의 아들이 구해주고 군에서 영웅으로 둔갑시킨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고위 아들의 보좌관으로 일자리까지 제안을 받는다.
어떻게 보면 고위 간부 아들이 정해준 자리를 받아들여 그 자리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자리를 거부하고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결정하겠다고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탈주를 감행한다.
아주 오래전에 군대에 지원해서 몇 년 동안 생활을 하며 적성에 맞지 않아 제대를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부대의 대대장에게 불려 가 당장 진급을 시켜 줄 테니 6개월만 더 해달라는 부탁을 물리치고 제대를 신청했다.
그리고 다시 나를 좋게 본 다른 부서의 대대장이 제대를 함과 동시에 군무원으로 전환하고 한단계 위로 진급을 보장받고 위 부서들 상관들에게 인사를 다니고 있었다.
적성이안 맞아 제대를 신청 한 마당에 민간인 군무원 신분으로 같은 부대에서 근무를 한다고 생각하니 달라지는 게 없었다. 그래서 미련 없이 모든 결정을 취소하고 군대에서 서둘러 제대를 했다.
내가 아니고 남의 결정에 따르는 인생을 살았다면 어쩌면 더 안정적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두바이 생활에서는 지금보다 돈도 더 벌었었고 풍족하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했었다. 그러나 근무를 하는 날에는 피곤해서 삶에 여유가 없었다. 호주에 돌아온 후에는 적당히 벌면서 천천히 일하고 퇴근 후에 낚시도 할 수 있는 기운이 남아있다. 퇴근 후에 아내와 함께 영화를 골라서 볼 수 있는 지금의 여유로운 삶을 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