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엔지니어, 리더
사무실은 잠시 고요했다. 로그북에 마지막 사인을 하고, 본사로 보낼 체크 시트를 정리하던 순간이었다.
그때, 수퍼바이져의 핸드폰이 울렸다.
“브레이크 마모 핀이 거의 닳았다고요? 담당 엔지니어에게 보고했습니까? 출발까지 10분도 안 남았어요.”
메카닉 슈퍼바이저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잠시 후, 슈퍼바이저가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미스터 진! 앞 게이트 항공기에 브레이크 문제가 있습니다. 담당 엔지니어는 다른 항공기에 묶여 있어요. 바로 가줄 수 있나요?”
생각할 시간이 없다. 출발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몇 분. 지금 가도 지연은 확정이다. 판단할 틈도 없이 발걸음이 게이트를 향했다.
게이트 앞은 분주했다. 지상 직원들은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엔지니어입니다. 몇 번 브레이크입니까?”
“5번 브레이크 핀이 거의 안 보입니다.”
브레이크 쪽으로 몸을 숙였다. 손전등 빛이 금속 위를 스쳤다. 핀은 닳아 있었지만, 아직 여유는 있었다. 사진을 찍고 곧장 조종석으로 올라갔다.
“기장님,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브레이크는 아직 허용 한계치에 있습니다. 혹시 로그북에 기록하셨나요?”
로그북에는 이미 적혀 있었다. ‘5번 브레이크 마모, 한계치 도달.’
나는 조종사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기장님, 출발 직전에 결함이 생기면 반드시 엔지니어에게 먼저 알려주세요. 이런 절차를 지키면 불필요한 지연을 막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조금 늦어졌네요. 안전 비행하십시오.”
마지막 도어가 닫히고, 엔진 소리가 활주로로 멀어졌다. 지연 시간, 15분.
나는 담당 엔지니어를 불렀다.
“저스틴, 어떻게 된 거야?”
“기장이 브레이크 얘기를 해서 확인했는데, 한계치는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담당 엔지니어에게 알렸죠.”
“그런데 슈퍼바이저에게 왜 전화한 거야? 네가 현장 엔지니어잖아. 네가 판단하고, 괜찮으면 상황을 담당 엔지니어와 정리했을 거 아냐.. 그랬다면 불필요한 지연은 없었을 거야.”
더 말하면 꼰대처럼 들릴까 봐,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남겼다.
“지금 이 순간, 담당은 너야. 네가 결정하면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어. 명심해라. 모든 결정은 네 선택이야.”
리더십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상황이 당신에게 맡겨지는 순간, 스스로 상황을 고민하고 선택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진짜 리더의 역할이다. 현장은 완벽한 매뉴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그 자리에서 내리는 당신의 결정이 팀의 시간, 안전, 그리고 신뢰를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