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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인턴의 새로운 여정

항공 엔지니어, 이직, 입사

by 미스터 엔지니어


이직을 준비한다는 건 단순히 회사를 옮기는 일이 아니다. 마음을 다잡는 일이고, 스스로를 다시 단련하는 과정이다. 원하는 회사의 채용 공고를 눈여겨보며 자격과 경력을 갖추고, 영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새로 다듬는 일은 마치 먼 항해를 준비하는 선원의 마음과도 같았다. 이번 여정은 특히 길었다. 지원에서 최종 합격까지 아홉 달, 나를 시험하는 시간이었다.


서류 전형을 통과한 후 마주한 면접실에는 인사팀 매니저, 엔지니어링 부사장, 품질 보증팀 매니저가 차례로 질문을 던졌다. 경력과 자격, 항공기 핸들링 절차에 대한 물음이 이어지고, 제출한 서류의 세부 내용까지 검증이 이어졌다. 긴장된 순간 속에서 이제는 어떤 질문에도 마음이 평온하다. 그리고 엔지니어링 부사장의 마지막 한마디가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이대로 진행해도 되겠습니다.”


그 짧은 한마디가 오랜 기다림 끝에 다가온 긍정의 의미로 다가왔다. 하지만 여정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적성검사와 심리검사, 자격증 검증, 그리고 이전 직장의 철저한 백그라운드 체크까지 이어졌다. 모든 절차를 통과한 후, 마침내 오퍼 레터를 받고 계약 내용을 살폈다. 오퍼레터의 내용을 인사 담당자와 조율하고 마침내 고용 계약을 마쳤다.


사직서를 내기 전, 나는 잠시 숨을 고르듯 휴가를 내고 낚시를 다녀왔다. 파도가 일렁이는 물 위에 드리운 낚싯대를 바라보며 지난 시간을 정리했고, 다시 한번 앞으로의 길을 다짐했다. 마지막 한 달은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마음으로 항공기와 서류를 더 꼼꼼히 챙겼다. 그리고 회사 락커에서 짐을 챙겨 나오던 순간, 묘한 공허함과 해방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입사 첫 주가 지나가고 있다. 새로 발급받은 출입증, 익숙하지 않은 교육 자료, 낯선 시스템에 로그인하며 하루가 금세 흘러간다. 지급받은 iPad를 세팅하는 것도 예전만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오랜만에 다시 배우는 자리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나를 다시 살아있게 만드는 힘처럼 다가온다.



한국에서였다면 은퇴를 준비할 나이, 그러나 지금 나는 또다시 ‘신입사원’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 항공사에서 나는 최고 연장자이다. 영화 속 늙은 인턴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도전에 임하는 설렘이 분명히 있다. 역시나 이곳 항공사에서도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최초의 한국인 항공 엔지니어이다. 이번 도전으로 여섯 나라의 항공엔지니어 자격증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늦게 피어난 꽃이 더 오래 향기를 남기듯, 나의 이번 여정도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단단히 뿌리내리길 바란다. 비록 서툰 신입사원이지만, 내가 원하는 시간까지 업무를 배우고, 빨리 적응해서, 이곳에서 나만의 항공 엔지니어로 퇴직할 그날까지 이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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