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아 Jan 09. 2022

말기 치매환자를 돌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치매가 정말 정말 심해져서, 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이르렀다고 해 보자. 어떻게 될까? 정말 말기의 말기의 말기의 치매환자 말이다. 


다들 어느 정도 예상하겠지만 알츠하이머 병 자체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게는 고령이시기에  다른 질병에 의해 돌아가신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심각한' 치매환자는 소리 지르고 난동을 피우는 환자이다. 즉 많이 난동을 피울수록, 더 심각한 치매환자라고 생각하게 되기 쉽다. 하지만 아니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말기-후기 치매환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조용해졌다. 


치매는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하게 하는 질병이 아니다. 전문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비유하자면 머릿속에 있는 여러 가지 기능들이 하나씩 저하되는 병이다. 기억력이 감퇴되거나, 시간을 느끼는 감각이 없어지거나, 판단을 하는 기능들이 점차 기능을 멈추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니까 말기가 되면 오히려 움직임과 활동이 더 줄어드는 것 같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어르신 중에 치매의 진행이 5-6 년에 걸쳐서 많이 진행된, 말기 치매 어르신의 사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아주 건강할 때부터 점차 하나씩 기능 저하가 일어나 지금은 말기 치매환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르신이 계시다.


치매 초기 때에는 매우 활발하신 분이었다.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시고, 꽤나 많은 노래를 외워 부르시고는 했다. 그리고 치매의 진행과 더불어 여러 문제가 생겼다. 생활하시며 불안감, 혼란스러움이 많아지셨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버려졌다고 생각하시거나, 당황해하셨다. 그러면서 화를 내시거나 소리를 지르시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다. 당연히 사람을 못 알아보시기도 했고 사람들의 얼굴을 헷갈려하시기도 했다.


초기에는 비교적 모시기가 수월했는데 중기로 가면서 점차 모시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시 갑자기 조용해지시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좋아하시던 노래도 부르시지 않는다. 그저 담담한 얼굴로 다른 사람들을 따라 박수를 치는 정도만 하신다.


치매가 많이 진행되자 어르신이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고 잘 지내시게 된 것이다. 이는 물론 어르신의 상태에 대해 직원들의 이해가 높아지면서 어르신을 편안하게 해 드리자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최근에 느끼는 것은 판단능력이 저하되어 어떻게 화내는지 조차 잊어버리신 게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치매가 많이 진행되면 대화 자체, 행동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아 보인다.


예를 들어 귤을 드시면 그대로 베어 드시려고 하거나 귤을 어떻게 까야하는지 모른 것 같은 눈치이다. 혹은 화장실을 가는 것도 돌보는 사람이 그분의 표정이나 태도 등을 통해서 유추하는 편이다. 무언가 아기처럼 말이다.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으면 화장실 가시겠어요? 하고 물어본다. 그럼 얼굴이 확 밝아지면 그러겠노라고 하시는 식이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돌보는 사람의 요청에 쉽게 수긍하신다. 사실 돌봄의 어려움을 강화시키는 것의 대부분은 돌봄에 대한 거부이다. 돌봄에 대해 거부하지 않는 다면 돌봄의 난도는 높지 않다. 말기 치매환자는 돌봄에 대한 거부조차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돌보기가 수월해지는 것이다. 


굉장히 아이러니한 이야기이다.

병이 진행될 수록 더 돌보기 편해진다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금 식사 하셨잖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