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호의 하루 편 -
C씨의 하루는 매일매일 새롭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세상에 온 지 이제 800여 일 지났을 뿐이니..
…너무 매력적이다..
C씨의 하루는 대략 이렇다.
아침식사는 주로 세 가지(초코링 요거트, 시리얼, 누룽지) 중에 고르는데 C씨는 대부분 초코링 요거트를 고른다.
이제는 800일이나 사셨기 때문에 혼자서 숟가락질도 잘하고 별로 흘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귀찮으시기 때문에 한두 숟갈 먹은 후엔 먹여달라고 떼를 쓴다. 안 먹여주면 방치되다가 초코링이 초코 도넛이 되어 못 먹게 되므로 먹여드려야 한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손가락과 입가 여기저기에 묻은 요거트를 닦아낼 것을 요청하신다. 정중히 세수시켜 드리지 않으면 어린이집 나가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이 또한 정성스레 닦아드린다.
이제 대망의 어린이집 가실 시간! 신난다!!
우선 옷을 고르고, 입고, 신발과 마스크까지 고른다!! 비가 오는 날엔 개굴개굴 우산도 필히 챙기신다.
최근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같은 반 친구들을 그렇게 혼낸다고 한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ㅇㅇ아! 그러면 안되지!’
언니처럼 챙겨준다며..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엉아와 오빠는 매일 C씨에게 혼난다. ‘근호야!! 때리면 안 되지!! 이놈 띠끼띠끼해!!’
사실은 자기가 먼저 괴롭혀 놓고..
그렇게 친구들을 혼내다가 다섯 시쯤 귀가.
비만 오지 않는다면 바로 놀이터로 출동하신다.
그네를 세상 그 어떤 어트랙션보다 좋아하시기에 항상 그네를 붙잡고 사신다.
여섯 시까지 한 시간 꽉 채워 놀면 이제 배도 고프고 지치기 때문에 집에 가자고 하신다.
‘집으로..가자..’
저녁 시간은 나에게 하루의 가장 큰 과제이다.
‘무엇을 먹일 것인가?’는 때때로 ‘정의란 무엇인가?’보다 더 어렵다. 샌델 아저씨도 만약 나와 같은 상황을 겪었더라면 ‘저녁밥은 무엇인가?’를 썼을지도 모른다.
어쨌든…이렇게 저렇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면 씻고 잘 시간이 된다.
그리고 잘 시간은 나에게는 또 마지막 고난이다. 왜냐하면 C씨는 잠들기를 매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아니…자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거슨 바로..아는 노래를 다 한 번씩 불러 주는 것. 그에 더하여, 노래의 스토리는 종종 결말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를 완결시켜주어야 한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새벽에 토끼가…물만 먹고 가지요~
C씨 : 아빠! 토끼가 물만 먹고 갔어! 세수 안 하고!!
아빠 : 뭐! 토끼 어디 갔어! 빨리 데려와 세수해야지!!
라든가..
삐약삐약 병아리~음메음메 송아지…빠밤빠밤빰
(세상에서 제일 큰 소라)
나는 이렇게 큰 소라는 본 적이 없다.
정글에서 악어도 만나고, 돼지삼형제가 열심히 지은 집을 늑대가 후후 불어 날려버리는 등의 만행을 다 겪고 나면..
쿨-
무럭무럭 자라거라-
아이고아이고 내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