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출생, 지방 거주 문과생은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까.
[지난 에피소드]
어렵사리 되찾은 꿈,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대구라는 지역적 한계는 물론이거니와 (마케팅 관련 일자리의 9할은 서울에 있다. 대부분의 직업이 그렇겠지만) 지역을 이탈한다 가정해도 경력 한 줄 없는 신입을 마케팅 직무로 뽑아주는 회사도 흔치 않았다. 더구나 나는 비전공자였고, 마땅한 스펙이나 내세울 거리도 없었다. 그 때의 나는 참 싫은 것도 많았고 포기도 빨랐다.
문과생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많지 않다. 그 많지 않은 일자리 중에서도 ‘상경계열 우대’가 붙은 공고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건 바로 복수전공. 상경계열 학과 중에, 가장 수학 없이 승부를 볼 수 있는 과가 바로 무역학과였다.
기대만큼, 아니 기대 이상으로 무역과 관련된 공부는 재밌었다. 우리 학교의 무역학과는 신기하게도 무역, 경제, 경영을 모두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었는데 한 분야를 깊게 배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사실 경영과 경제에 관심이 더 많았던 나에게는 ‘오히려 좋아!‘ 였다. 2학년 2학기때부터 복수전공을 시작했으니, 당연히 본과생들과는 시작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랬기에 더 악착같이 공부했다. 대부분의 수업을 녹음하고, 다시 필기하고, 복습했다. 적성에 맞는데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만큼 성적이 따라줬다. 오히려 내 본과 학점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게 될 정도였다. 배울 땐 즐거웠지만 학기가 지날 수록 고민은 더 커졌다. 과연 내가 무역 쪽으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을까?
학문의 재미와 업무의 재미는 또 다르다. 당시 주변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어떻게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느냐‘ 였다. 슬프게도 나는 또다시 현실과의 타협을 시작했다. 겨우 찾은 꿈도 내려놓은 채, 2019년 가을학기에 냅다 휴학을 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졸업을 할 순 없다는 생각이었다. 어디서든 쓸 수 있을 것 같은 회계 세무를 공부하고 자격증도 땄다. 다른 사람들과 동일선상에라도 서기 위해서는 토익, 컴활 등 기본적인 자격증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평범한‘ 취준생이 되려고 준비하던 와중…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쳤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