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motion: 판촉 기법과 구매 결정
언젠가부터 우리의 삶에서 대형마트를 빼놓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동네에 하나씩은 반드시 있는 마트들이 생긴 지 어언 30년, 이제는 대형마트 없이 살던 시절을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이지요. 푸드코드나 문화센터 등 우리의 생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마트이지만, 무엇보다도 대형마트에 가는 가장 큰 즐거움은 원하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보다 싼 가격으로 다양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으니, 그날그날 사야 하는 물건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웬만하면 주말까지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몰아서 장을 보는 것이 이제는 꽤나 익숙한 삶의 패턴이 되었지요. 하지만 이렇게 주말에 한 번씩 몰아서 장을 보다 보면 아무래도 손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거리낌 없이 라면도 5개들이 봉지를 구입하고 주스도 커다란 2리터짜리를 사게 되지요. 오늘 장을 본 먹거리로 적어도 일주일은 버텨야 하니, 그래 봤자 혼자 혹은 둘이 먹을 음식인데도 불구하고 기분에 휩쓸려 왕창 사버렸다가 유통기한이 지나서 내다 버린 기억도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안 그래도 큰손인 우리의 장바구니를 더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은혜로운 행사가 있으니, 이제는 모두에게 익숙한 1+1입니다.
특히 1+1 행사는 집에 쟁여놓기 좋은 상품일수록 더 빈번합니다. 제조사들, 혹은 마트들이 고객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헤아려 주기 때문인 걸까요? 한 번에 사다가 쌓아놓기 딱 좋은 냉동만두나 라면 등은 이런 1+1 행사들의 단골 상품들이지요. 따져보면 하나 가격에 두 개를 주는 것은 아니라든가, 물건을 더 팔아보려는 수작이라는 등 이런저런 말들도 많지만, 어찌 됐든 따로따로 사는 것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많은 라면과 만두를 얻을 수 있으니 소비자로서는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에는 2+1이나 3+1처럼 다양한 버전도 있고, 이런 행사를 하는 상품 종류가 더욱 많아지기까지 했지요. 하지만 기쁜 마음을 뒤로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체 이 회사들은 왜 하나 가격 혹은 하나 반 가격에 물건을 두 개씩 팔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차피 만두 한 봉지를 다 먹으면 또 한 봉지를 사러 올 텐데, 왜 하나를 더 얹어주며 싸게 팔고 있는 것일까요? 아침에 세 개를 먹든 네 개를 먹든 결국은 똑같은 조삼모사 원숭이와 그다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것이 정말 마케팅 전략인 걸까요?
소비자들의 구매를 최대한 앞당겨라
소비자들이 특정 상품을 구매하기까지에는 지난한 과정이 소요됩니다. 그 상품의 필요성을 인지하여야 하고, 여러 가지 경쟁 상품을 비교 분석한 후, 특정 브랜드의 상품이 소비자에게 선택되는 것이지요. 냉동 만두의 예로 돌아가면, 우선 소비자가 만두가 먹고 싶어 져서 만두를 사겠다고 생각해야 하고, 비비고 만두, 고향 만두, 개성 만두 등 수많은 선택지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상품으로 선택되어야만 드디어 팔릴 가능성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니지요. 아직은 팔릴 ‘가능성’에 불과합니다. 소비자가 마트를 가려고 생각해보니 너무 귀찮아서 그냥 만두 대신 치킨을 사 먹기로 할 수도 있습니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마트까지 오더라도, 만두를 집으러가는 도중에 냉동 떡갈비 시식행사에 홀려 떡갈비를 한입 먹고 만두 대신 떡갈비를 살 수도 있지요. 이렇게 끝없는 경쟁과 수많은 시련을 이겨낸 고객만이 드디어 우리의 만두를 집어 들게 되는 것입니다. 만두 한 봉지가 팔리기 위해서 소비자가 물리쳐야 하는 유혹은 생각보다 엄청난 것이지요.
이러한 경향은 특히 대체상품이 넘치는 기호품의 경우 더욱 두드러집니다. 만두와 같은 기호식품을 찾는 소비자의 진정한 니즈(Needs)가 정말 ‘만두’인 경우는 사실 드뭅니다. ‘반드시 만두를 사겠다’라고 생각하고 만두를 사러 오는 소비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이야기이지요.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는 '야식으로 간단히 먹을만한 무언가’, 혹은 ‘아이들에게 줄 간식거리’가 만두를 찾는 진정한 니즈입니다. 이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많은 상품들 중, 만두는 그저 하나의 후보에 불과한 것이지요. 갖가지 야식과 간식거리를 제치고 선택된 순간, 판매자로서는 다시 올 지 안 올지도 모르는 이런 절호의 기회(?)에 최대한 많이 팔아 치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해 판매자는 소비자의 소비를 최대한 앞당겨야 하는 것이지요. 똑같은 양의 만두를 두 번에 나누어 사는 것으로 험난한 구매 과정을 두 번 겪게하여 구매 포기 가능성을 높이는 것보다, 구매를 결심한 순간 두 개를 팔아 버리는 것이 판매자로서 더 유리한 전략인 것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기호식품은 있으면 소비하지만 없으면 그냥 참아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두를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만두가 떨어졌다고 밥을 먹으려다 말고 만두를 사러가지는 않겠지요. 심지어 내일, 모레, 일주일 후로 점점 구매를 미루기도 합니다. 당연히 만두 없이 사는 날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해당 소비자의 만두 소비량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지요. 집에 만두가 충분히 구비되어 있었다면 심지어 하나만 먹을 만두를 두 번 먹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즉, 이러한 상품들은 최대한 소비를 앞당기는 판촉 전략이 궁극적으로 소비량을 늘려서 더 많은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지름길인 것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믿게 하라
소비를 앞당기게 하기 위한 판촉 전략들은 다른 업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간 한정 세일 혹은 깜짝 세일 같은 판촉 전략도 이러한 종류이지요. 지금 사지 않고 나중에 구매하면 손해 본다는 것을 강조하여 소비자들이 딱히 지금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을 당장 구매하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보통 이런 판촉 전략을 쓰는 상품은 대부분 ‘있으면 좋지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상품들, 혹은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 바로 필요하지는 않은’ 상품들입니다. 다시 말해 사치재의 성격을 띠는 물건들이지요. 이런 상품들을 판매하는 마케터의 가장 큰 고민은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을 웬만해서는 내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집에 안마의자가 하나 있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반드시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요. 에스프레소 머신을 오래전부터 사고 싶긴 했지만 없다고 해서 또 큰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상품을 볼 때마다 ‘언젠간 사고 말 테다’라고 생각만 하면서 결국 영원히 사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살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구매를 결정짓게 만들 수 있습니다. 보통은 기간 한정 세일과 같은 행사가 이런 계기가 되지요. 일주일간만 싸게 판매하는 안마의자라니 이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사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혹은 지금 이 자리에서 구매한다면 추가 할인을 해드리겠다는 영업사원의 속삭임도 지갑을 열게 만드는 좋은 계기이겠지요. 아예 그런 상품을 사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모를까, 이런 한정적인 기회를 만나게 되면 소비자들은 오랜 기간 미뤄왔던 구매를 결정하게 됩니다. 때문에 이러한 전략을 구사할 경우에는 급박성(Sense of urgency)을 소비자에게 잘 인지시켜, 지금 구매하지 않는다면 한동안은 이런 좋은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지요.
결국 판촉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객의 소비를 앞당기는 것입니다. 내일 살 물건을 오늘 사게 만들고, 하나만 살 물건을 두 개 사게 만드는 것이 바로 판촉 활동의 목적인 것이지요. 내일 살 물건을 내일 사게 내버려 두면 소비자는 영원히 그 물건을 사지 않습니다. 하나만 살 물건을 하나만 사게 두면 그 물건이 다 떨어지고 나서도 다시 구매하기까지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되겠지요. 나중으로 미룰 수도 있는 소비를 지금 결정하도록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판촉 전략인 것입니다. 어떤 즐거움을 안겨주면 소비자들이 더 많은 구매를 할 것인지, 어떤 놀라움을 전해주면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것인지, 섬세하게 설계된 전략일수록 최소한의 비용으로 더 많은 고객을 구매로 이끌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조삼모사의 원숭이는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의 도토리로 만족하였지만, 현명한 마케터는 아침에 네 개, 저녁에는 다섯 개를 팔 수 있는 판촉 전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