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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n Chang Apr 29. 2022

이마트는 왜 넥센 타이어만 싸게 파나?

Promotion: Push 전략과 Pull 전략


마트에 가는 즐거움은 특별합니다. 맛있는 식재료나 다양한 생필품들, 오늘 밤을 멋지게 장식해 줄 와인과 맥주 등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많은 상품을 구경하고 비교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지요. 새로 나온 냉동 만두를 시식하거나 운 좋게 비싼 와인을 시음하는 것도 즐겁지만, 누가 뭐라 해도 마트를 찾는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생각지도 않던 깜짝 세일일 것입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면 고객들의 눈에 띄는 곳에 위치한 특별 매대에서 언젠가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아디다스 '삼선 츄리닝' 바지를 반값에 팔고 있습니다. 늘 쓰던 페리오 치약을 사러 갔더니 메디안 치약을 할인하고 있어서 메디안 치약을 집어 들 때도 있지요. 샴푸나 바디워시 같은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심지어 무슨 상품을 살지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마트에 가서 그날 할인 행사를 하고 있는 상품을 구입하여 몇 달이고 쓰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예기치 않게 수시로 벌어지고 있는 할인 행사는 우리가 마트를 찾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희한한 일입니다. 이런 할인 행사들은 그 상품군의 특정 브랜드만 시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요. 만약 이마트가 어떤 기간 동안 본격적으로 타이어를 팔아보겠다고 작심하고 행사를 하는 것이라면, 한국타이어도, 금호타이어도, 심지어 미쉐린 타이어도 다 싸게 팔면 좋을 텐데, 대체 이번 주에는 넥센 타이어만 꼭 집어서 싸게 해 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마트가 넥센 타이어만 팔아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을 텐데 말이지요. 넥센 타이어와 함께 행사를 기획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왕 행사를 기획할 거라면 다른 타이어 회사들도 모두 참여시켜야 이마트 입장에서는 타이어를 팔기 더 유리할 것입니다. 어떤 타이어를 팔든지 이마트로서는 타이어를 파는 것이 중요하지, 특정 브랜드 상품을 더 팔아야 할 이유는 없을 테니까요. 혹시라도 이마트에 넥센 타이어만 특히 많은 재고가 쌓인 것일까요? 아니면 소비자들이 넥센 타이어를 사지 않는 이유라도 있어 눈물을 머금고 싸게 팔아야 하는 걸까요?


한국의 이마트가 넥센 타이어를 싸게 팔 듯, 미국의 코스트코는 미쉐린 타이어를 싸게 팝니다. 


보이면 사고 내놓으면 팔린다

소비자들이 크게 착각을 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모든 구매를 할 때 자신이 자유롭게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라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지요. 소비자가 구매를 할 때 선택하지 않은 상품을 산다는 것은 엄연한 민주주의 법치국가인 한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강매 혹은 사기 등으로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 일이겠지요. 하지만 자유의지를 가진 소비자라고 하더라도 사실은 구매를 할 때 자신의 자유의지를 마음껏 발휘하는 경우는 의외로 드뭅니다. 소비자가 특정 유통업체, 예를 들어 마트에 간다고 하면, 소비자의 선택은 그 마트에서 취급하고 있는 상품으로 제한됩니다. 소비자가 아무리 페리오 치약을 사고 싶다 한들, 그 마트에 페리오 치약이 없다면 소비자는 적어도 그 마트에서 페리오 치약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혹은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해도 그날따라 페리오 치약이 품절이라면 적어도 그날은 페리오 치약을 살 수 없습니다. 만약 소비자가 정말 페리오 치약을 사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염원이 있다면야 여러 가지 다른 수단을 강구해서 페리오 치약을 구매하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냥 옆에 있는 메디안 치약이나 죽염 치약을 집어 드는 것으로 구매는 종료됩니다. 즉, 사실상 소비자는 유통업자가 제공하는 제한된 선택권 안에 존재하는 몇 가지 선택을 자유의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이지요.


이 말을 다시 바꾸면 유통업체는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선택권을 전략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특정 제조사와 협의를 하여 그 제조사의 브랜드만 유통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특히 상품 간의 기능적인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샴푸나 커피 등 저관여 상품군의 경우에는 유통업체의 이러한 전략은 매우 유효한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똑같은 샴푸, 이 마트에 없다고 다른 마트까지 굳이 찾아가느니 이번 기회에 새 샴푸를 써 보기로 타협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유통업자가 도깨비방망이 휘두르듯 제멋대로 입점 상품을 고를 수는 없습니다. 상품이 없는 것도 한두 번이지, 소비자가 찾는 상품이 매번 마트에 없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그 마트를 찾지 않게 되겠지요. 어차피 이 마트나 저 마트나 똑같은 마트, 훨씬 다양한 상품이 있고 자기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취급하는 다른 마트를 찾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즉,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이면에서 제조사와 유통업체는 소비자를 가운데에 두고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 셈인 것입니다.


소비자의 손을 잡고 끌어들일 것인가 유통업자의 등을 떠밀 것인가

다시 이 상황을 제조사의 입장에서 따져보면, 제조사로서는 자사의 상품이 소비자에게 크게 인기를 끌어 유통업자가 어쩔 수 없이 유통을 시키게 만들 수도 있지만, 거꾸로 유통업체를 이용해 자사의 제품을 매장에서 돋보이게 만드는 전략을 실행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판촉전략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Pull) 전략과 유통업자를 이용해 자사 제품을 밀어내는(Push) 전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것이지요. 앞서 이야기했듯, 사실 소비자는 의외로 제한된 선택권 안에서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의 상품이 소비자의 눈에 제일 잘 띄는 장소에 있다면 소비자는 다른 경쟁 상품은 쳐다보지도 않고 우리 상품을 덜컥 집어 들 수도 있는 것이지요. 우리 상품이 매장에서 더욱 예쁘게 진열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은 우리 상품을 경쟁 상품보다 특별하게 여기고 구매를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같은 치약 중에서 우리 치약만 특별 세일을 하고 있다면 소비자가 우리 상품을 선택할 확률은 더더욱 높아지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제조사의 마케팅 팀은 소비자가 아닌 유통업체에게 인센티브를 부과함으로써 우리 상품을 해당 유통업체의 매대 안에서 제일 돋보이게 진열하도록 만든다든가, 혹은 특별 할인을 시행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소비자들이 특정 금액 이상 구입을 하면 상품권을 증정하듯, 특정 기간 동안 판매개수 혹은 매출액을 증가시키는 것에 대해 유통업체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또는 특정 기간 동안 공급 가격을 낮추어 유통업자의 마진을 높여줌으로써 유통업자가 해당 기간 동안 더욱 적극적으로 우리 회사의 상품을 판매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마트에서 똑같이 4만 원에 팔리고 있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운동복이지만, 정해진 기간 동안 아디다스의 수익률이 나이키에 비해 10%나 더 좋아진다고 한다면 마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 기간 동안 온 힘을 다해 나이키 대신 아디다스 운동복을 팔 것입니다. 매대를 소비자의 눈에 제일 잘 띄는 곳으로 갖다 놓는 것은 물론, 그동안 창고에 쌓아두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디다스의 멋진 포스터들을 이곳저곳에 걸어두고 소비자들이 이왕이면 나이키가 아닌 아디다스 운동복을 사도록 유인하겠지요. 심지어는 나이키를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마트의 점원이 '아디다스를 사면 더 저렴합니다'라고 권유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마트가 넥센 타이어만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전략의 하나입니다. 해당 기간 동안 넥센 타이어를 많이 판매한 점포, 혹은 영업사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 나아가 이마트 전체 판매량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 합의를 하고, 타이어를 할인하는 등 판촉전략을 통해 넥센 타이어를 경쟁 회사 제품보다 우선적으로 추천하여 소비자들의 선택을 유도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지요.


특별하게 진열되어 있는 상품을 보면 집어 들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사진: CJ프레시웨이)


이렇듯 판촉 전략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활동뿐만이 아닌, 소비자와의 접점이 되는 유통업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으로도 훌륭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비즈니스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만으로 이루어진 시장이 아닙니다. 하나의 상품이 만들어져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수많은 관계회사들의 협력이 필요하지요. 때문에 우리의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협력자들을 잘 파악하고, 그들의 이해타산을 신중히 고려하여, 전략적 동반자로서 윈윈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비즈니스의 중요한 퍼즐 중 하나입니다. 우리의 상품은 우리의 것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상품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협력업체들의 수고와 노력, 그것을 잘 이해하고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우리는 소비자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지름길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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