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를 너무 잘 아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나를 모르는 경우도 많지 않나?
그럴 땐 MBTI로 풀어보는 게 조금은 다가가기 쉬운 듯하다.
별로 변하지 않는 내 MBTI는 ESFJ-A 사교적인 외교관 친선도모형
외향형이 51%, 내향형이 49%로 내향과 외향이 비슷하게 공존하는 사람
어쩔 땐 낯선 사람과도 한 시간씩 대화가 가능하지만,
또 어쩔 땐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파티나 공간에 있는 걸 너무 어색하게 느끼는 사람
여럿이서 어울리는 만남을 좋아하다가도,
또 혼자서 조용히 집순이 놀이 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시끌벅적한 그룹파티보다 찐친 3-4명이서 하는 특별한 파티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는 걸 극도로 꺼려해서, 아무리 친해도 먼저 전화하는 게 힘들다.
이렇게 보면 I 성향이 더 강해 보이긴 하는데, 결과적으로 나는 외향과 내향이 거의 절반씩이다.
밖에서 에너지를 쏟는 것도 좋아하고, 집에서 조용히 에너지를 받는 것도 좋아해서
어떻게든 조화롭게 생활할 수 있는 것 같다.
행동에 대한 후회를 길게 하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에서 빨리 빠져나오려고 하는 낙관파.
평소에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 노력하는 편이다.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누군가는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겠지만, 나는 그저 이유가 있겠지 하며 넘긴다.
평생을 걸쳐 자기 계발과 동기부여 등에 관심이 많다.
자기 계발과 책 읽기를 20대 초반부터 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래도, 그때도 하고 싶은 것들, 마음 가는 것으로 돌진하고 놀기도 원 없이 놀아보아서 그 또한 후회가 없다.
결혼하고 아이를 가진 후에야 비로소 자기 계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책 읽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후 책은 내 삶에 아주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난 것 또한 결정적인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사람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내 사람이라 싶은 사람과는 평생 가고자 한다.
남녀만 그런 것이 아니고, 나와 평생 가는 내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 보면 진한 운명을 예감한 듯 서로에게 자석처럼 끌렸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과 지금까지의 인연이 마치 우연이 아닌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발이 넓지 않고, 만남의 폭도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40살부터는 새로운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을 줄 알았는데, 50살이 넘은 이 시점에서도 새로운 만남이 이어지고, 또 평생 지인이 될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앞으로 또 어떤 인연이 생기게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나의 또 다른 소울메이트를 60살, 70살에 만나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즉흥적인 걸 잘 못한다. 20대 때 친구들에게 계획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30대 초에 처음 월급모아 샀던 노란색 기아차 비스토가 생긴 후로 내 친구들을 태우고 여행을 많이 다녔다.
여행을 가서 나오는 내 가방 안의 물건들은 친구들에게 늘 편리함을 주곤 했다. 하루 잠깐 떠나는 여행이라도 몇 주전부터 무엇이 필요한지 챙기는 편이다. 리스트를 적어서 체크해 가며 가방은 전날 완전히 싸둔다.
드라마에서처럼 뜬금없이 "오늘 여행 갈래?" 하며 기차역에서 목적지를 고르는, 즉석에서 떠나는 여행을 나는 할 수 없을 듯하다. ㅎㅎ 그러니, 20대 중반에 한 달 유럽여행을 떠났던 내가 얼마나 긴 준비기간이 필요했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래도 사람은 변하는지, 요즘의 나는 조금 없어도 괜찮아, 없는 대로 가보자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북클럽 내에서 아이디어 많고 번뜩이는 별명 제조기 지윤 씨가 지어준 내 별명 고들 정희.
"곧을 정"은 뭔가 딱딱한 느낌이 드는데, 연음으로 "고들"이라 불러주니 발음도 좋고, 참 맘에 드는 별명이다.
대나무 같이 곧을 것 같지만, 발음은 뭔가 버들잎처럼 부드러워 고들고들 유연할 거 같아서 좋다.
별명대로 나는 좀 곧은 편이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잠잘 때도 똑바로 자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해서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곧다는 것의 의미는 뭔가 꾀를 부리지 않고, 해야 할 것은 빼먹지 않고 꼭 해내고, 바른생활 이미지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이 나를 보았을 때의 느낌이다.
실제로 내가 정말 곧다고 느낄 때는 나 혼자 집에 있을 때에도 똑바로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본다거나, 해야 할 리스트를 정해놓고 체크해 나가는 것들 또는 내야 하는 각종 명세서들을 빼먹지 않고 처리하거나, 약속 시간을 철저히 지키며, 거짓말을 잘 못하는 그런 것들이다. 주변 환경이 뭔가 흐트러진 느낌을 싫어하는데 아마도 그런 것이 행동으로도 나오는 듯하다.
숫자 다루는 일을 해서 체계적이고 수학적일 거 같지만, 타고난 문과 감성으로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며 감성적인 면이 많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공감을 느끼는 순간 1초 만에 눈물 펑펑 쏟는 경우가 많다. 라라랜드 같은 뮤지컬 영화를 특히 좋아하는데, 한번 빠지면 Ost를 닳고 닳도록 듣는 편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적어보는 건 나를 좀 더 깊이 알아나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나를 알게 되면 내가 나 자신을 위로할 방법도 찾게 될 수 있다.
집에서 혼자 라라랜드 보는 걸 좋아하며,
찐친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며,
자기 계발에 진심인 낙관적인 계획녀이자 고들녀..
10년 뒤에 어떤 내가 바뀌었고,
또 어떤 내가 덧붙여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저게 바로 지금의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