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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의 무게

by 고들정희

끌어당김의 법칙을 알고 나서는 생각이 현실이 된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더 잘 이루어지기 위해 내 미래의 모습을 비전보드로 만들어서 아침마다 들여다보기도 했었다.


생각이 현실이 된다. 그리고, 내가 지금 사는 현실도 과거에 내가 가장 많이 생각했기에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그리 나쁘지 않다. 내가 아주 힘들 때에도 미래에는 달라질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특히 20대에는 다락방에 누워서 해외에서 살고 있는 내 모습을 계속 꿈꿔왔다. 그때 얼마나 강력하게 꿈을 꾸었는지 모른다. 그때의 꿈은 40대가 되어서 캐나다 이민으로 연결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상상은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부족한 삶도 나쁘지 않아,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생각하며 살았으니까.


요즈음은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을 누리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보다 부자여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도 경제적인 스트레스 전혀 없는 그런 삶을 꿈꾼다. 오직 내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이런 상상들은 꽤 재미있다. 누가 볼까, 유치하게 여길까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에도 주파수가 있다. 같은 파동을 계속 내면, 언젠가 현실도 그 주파수에 맞춰진다고 한다. 근사하지 않은가?


혼자 머릿속에만 품고 있다 글로 끄적여 두었던 행복한 상상을 일부만 꺼내보겠다. 약간은 오글거리고 부끄러워질 것을 감안하고 말이다.




미래의 나는 보기만 해도 호텔스러운 밝은 느낌의 거실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실크 느낌의 화이트컬러 민소매에 역시나 실크 느낌 나는 부드러운 아이보리 면바지를 입고 앉아있다. 머리는 뒤로 가볍게 묶었는데, 화장은 별로 진하지 않은데 굉장히 우아해 보인다. 나이가 60대로 보이는데, 실제 나이는 더 많다.

책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우아한 독서 안경을 코 끝에 살짝 걸쳤지만 늙어 보이지 않는다.

그때, 조지 크루니 느낌의 수염을 가진 남편이 커피 한잔을 내려서 탁자 위에 올려다 준다. 아주 고급스러운 커피 향기가 난다. 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지금 이 순간의 자유를 만끽한다. 골드 리트리버는 내 발밑에 앉아서 조용히 나를 응시한다.(그러고 보니 이때부터도 내가 골든이를 원하고 있었구나)

그곳은 우리 집이 아니라, 여행을 위해 빌린 저택이다. 뉴욕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으며, 캐나다에도 비슷한 풍의 집을 가지고 있다.

나의 조력자 남편은 늘 나를 위해 지지해 주고, 평생의 친구가 된 라이카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고, 그 사진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다. 내가 글을 쓸 때는 주로 그림을 그린다.

우리에겐 HC1이 있어서 캐나다 여행을 할 때는 트레일러와 함께 이곳저곳을 여행하기도 한다. 통장에는 넘칠 만큼의 돈이 있어서 걱정 없이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다.

나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가졌다. 일 년에 한 번씩 다른 나라의 다른 도시에서 살아보며 그 경험을 책으로 내기도 한다.

한 달간의 뉴욕에서의 일상은 아주 도시스럽고, 매력적이다. 식스 앤 더 시티의 여자 주인공들처럼 뉴욕의 야외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 친구 K가 뉴욕으로 여행을 와서 며칠간 Lady's day를 가지기로 했었다. 그녀와도 세계 곳곳을 이런 식으로 여행했다. 얼마 전에는 태국에도 함께 다녀왔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상은 내게 많은 책을 낼 수 있게 해 준다.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팁을 알려주고, 보다 긍정적으로 가치 있게 사는 삶에 대해 글을 쓴다. 그 글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해주고 있다.

캘거리 마호가니에 있는 우리 집의 인테리어는 밝고 세련되며, 정갈하다. 거실에는 긴 테이블이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씩은 북클럽 모임을 위해 거실을 개방하고 있다. 북클럽 정기 모임날은 모든 이에게 행복한 시간이 되며, 늘 성장하는 시간이 된다. 모두가 깔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누구 하나 모나지 않고, 급하지 않으며, 선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며, 가치 있는 존재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얼마 전 이 글을 다시 읽어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몇 년 전부터 골든 리트리버를 원한다고 써두었더니, 정말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내가 골든 리트리버를 가질만한 그릇이 될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무작정 멋져 보여서, 좋아 보여서, 같이 산책하고 싶은 로망으로 원한 것이었다, 실제 데이지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나는 마치 초보운전자가 페라리를 몰게 된 기분이었다. 차를 다루지 못해 조바심내고, 작은 흠집에도 괴로워하는 모습이 꼭 그랬다. 그냥 원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왜 원하는지, 정말 행복하게 될지를 알고 원했어야 했다.

물론, 데이지는 이 초보 운전자를 만나 초반에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서서히 매뉴얼을 익히고, 공부하고 천천히 드라이빙해보면서 실전 감각을 익혀가고 있다. 나중에는 어느 누구보다 페라리를 멋지게 운전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글 속에 나오는 HC1 캠핑 트레일러도 그저 편해 보이고 좋아 보여 원했던 것인데, 내가 실제 가지게 되었을 때 안게 될 부담도 분명 있을 것인데,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제는 좀 조심스러워진다.

진짜 내 목표를 쓰고, 원하는 것을 쓸 때는 내 그릇도 생각해봐야 하고, 정말로 원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젠 함부로 원하지 않는다. 내가 정말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나서야 비로소 끌어당긴다.

그것이 내가 꿈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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