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에 '세종책문화센터'에서 '오디오 포토북 제작' 관련 수업을 듣다가 좋은 분들을 만났다. 처음 영주 선생을 만났을 때 첫인상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분이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 얼떨결에 그녀가 새로 결성한 책 출간 모임에 합류했다. 그녀는 이 모임을 미리 준비해 온 사람처럼 사람들을 모으고 동아리와 관련된 등록, 기획서 등 자료를 준비해 주었다. 처음에는 4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두 분이 합류했고 앞으로 1~2분이 더 합류 예정이다. 우리의 최종 목적은 책을 내는 것이다. 합류한 몇 분은 책을 이미 출간한 경험이 있었다.
'산책 모임' 회원이 정해지고, 앞으로 어떤 주제로 각자 글을 쓰고 싶은지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글을 쓰다 보니 방향이 정해져서 기존 쓴 글을 묶어서 책을 내는 방법도 있고, 미리 기획안을 만들어놓고 이야기를 써나가는 방법도 있다. 초보자들은 전자의 경우가 편하긴 한데,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충분한 고민이 있는 글이라면 매력 있는 글이라 생각이 든다. 모임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이고 서로 각자 글쓰기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번 주 목요일 공식적인 첫 모임을 가졌다. 한 분만 못 오시고 전원이 다 참석했다. 책 출간 모임이 아니었으면 전혀 모르고 살아갈 수 있는 분들이다.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이라 우리의 대화는 끝이 없었다. 각자 살아온 삶의 역량이 있는 데다 독서와 글쓰기에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해오신 분들이 일단 세종시에서 하는 무료강의에서부터 많은 것들 알고 계셔서 듣는 내내 문화적인 충격까지 받았다. 모임 시간을 1시간 정도 예상했는데, 2시간이 넘어 버렸다. 서로의 글에 대한 고민을 털어내다 보니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졌다.
잠시 산책 모임 사람들을 소개하자면, 팀장이 되신 영주 선생은 '나는 아가다'라는 책을 냈고, 1인 출판사를 운영 중이며 앞으로 개인 POD 책 출간이 목표이다. 민정 선생은 '무사히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매 순간이 출발'은 공저 책으로 부크크를 통한 POD 출간을 하셨다. 오랫동안 마을단체에서 일을 해오신 데다 경험이 많으셔서 책에 대한 어떤 질문을 해도 모르는 부분이 없는 분이다. 우리는 그녀를 '주크박스'라고 불렀다. 주연 선생은 '오늘부터 퍼실리데이터'를 공저로 출판했고, 현재 1인 책 출판에 관심이 있어 참여했다. 명희 선생은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오신 분으로 최근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그림책에 담아 책 출간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했다. 미라 선생은 1인 책 출판은 처음 도전이긴 한데 작년부터 책 쓰기를 준비해 왔기에 올해는 그 글을 완성해서 책 출간을 꼭 해보고 싶단다. 나는 작년에 '엄마의 바다에서 꿈을 꾸다'라는 1인 책 출간 경험이 있고, 세종시에서 북클럽 모임을 4년 넘게 운영해 왔다.
오늘 기획 모임에서는 뒤늦게 합류한 분들과 첫인사도 나누고, 앞으로 개인이 쓰고 싶은 책의 구체적 집필 계획을 나눴다. 멤버들은 그 내용을 듣고 다양한 의견과 도움을 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정리되지 않은 많은 생각들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조금씩 표현을 시도하면 어느새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보인다. 함께 방향을 찾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을 만났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1인 책 출판을 위한 정해진 일정은 ▲4월~5월까지 기획과 집필을 확인하고, ▲6월에 지금까지 모아 온 집필 확인 시간을 가진다. ▲7월에는 완성된 초안을 미리 출력해서 점검, 책 표지 선정을 위한 표지 디자인 수업 예정 ▲8월~9월에는 서로의 글에 대한 합평 및 퇴고의 시간을 갖는다. ▲9월에 합평, 퇴고를 거쳐 최종 완성한다. ▲10월~11월은 각자 홍보할 방법 및 다음에 만들 책을 기획한다.
올 한 해 동안 진행될 기획에서 출간까지 전반적인 계획이 정해지니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책 출간이 이루어진 것 같다.
작년에 영주 선생은 1인 책 출간을 경험하면서, 혼자서 하는 것보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해서 책 출간을 해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 독자가 되어 합평도 하고 글에 대한 조언을 통해 퇴고의 과정을 가진다면 자신이 쓴 글이 독자들에게 좀 더 좋은 글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우리 모임은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지만, 그 안에 각자 진행할 계획이 촘촘히 짜여있지 않으면 모임 방향이 흐트러질 수 있다. 글쓰기 근력을 만들기 위해 챌린지를 하는 것도 이런 마감시간에 대한 쫄깃함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작가들도 마감일을 코앞에 두고 놔서야 글이 써지는 경험담을 얘기한다. 나는 어떤 글을 쓸지 방향을 잡긴 했지만, 에세이 형태의 글이라 전체 구성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그러나 작년에 책 출간 경험을 해서인지 어떻게 되겠지라는 배짱은 있다. 2024년 10월쯤 우리는 각자 정성껏 만든 책을 출간될 것이다. 12월에 있을 멋진 출간기념회를 상상해 본다.
아직 책을 출간해 본 경험이 없는 분들은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될 것이다. 1인 책 출간을 해보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쓰려는 글감만 있다면 책을 출간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먼저 자신만의 서사가 담긴 글을 계속 쓰라고 말한다. 글감이 모아지면 여러 번의 퇴고를 거쳐야 한다. 어떤 분은 잠시 자신의 글과 거리감을 두고 시간을 가지라고 권유한다.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당신이 써놓은 글을 읽게 되면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인다고 한다.
작년에 '자서전 글쓰기'를 할 때 지도 교수님이 전체적으로 읽고, 의견을 주셔서 수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 출간 후 지인에게 선물하면서 혹시 읽으면서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의견을 달라고 했다. 내 글을 읽어준 고마운 지인이 틀린 어법이나 표현에 대해 기가 막히게 잘 찾아서 보내주었다. 이래서 책 출간 시 혼자 하는 것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 같다.
예전에 이슬아 작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자신이 1인 출판사를 차린 것은, 글은 자신이 썼음에도 출판사가 너무 많은 이익을 취한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자신이 출판사를 운영해 보고 직접 책을 내서 홍보까지 감당하다 보니 출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만약 당신의 책값을 13,000원으로 책정했을 경우 한 권의 책이 팔릴 경우 작가에게 돌아오는 것은 10%로 1,300원 정도 받을 수 있다. 뭔가 부당한 것 같아도 작가들이 출판사를 끼어서 책을 내는 것은 퇴고, 구성, 표지, 홍보까지 그 모든 역할을 출판사가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옛날처럼 출판사의 홍보만으로 책 판매가 쉽지 않은 시대이다. 작가도 같이 홍보해야 책이 팔린다. 그래서 SNS 상에서 개인 팔로우 수가 많은 사람이 유리하다. 책 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이제 작가는 계속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자신의 팬덤, 자신의 부족이 있어야 한다.
요즘 책을 쓰려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진 이유는 뭘까? 자신을 브랜딩 하기 위해서이지만,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질문하고 그 질문을 통해 자신의 언어가 생기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에도 1인 책 출간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다만 올해 도서관 예산 삭감으로 그동안 해왔던 프로그램이 다소 중단되긴 했지만, 그래도 잘 살펴보면 좋은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세종시에 있는 도서관과 방에서 올리는 독서 관련 프로그램도 시간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글쓰기다. 무엇이든 쓰다 보면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의 방향성이 잡힐 것이다. 당신의 오감을 열라.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