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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나를 찾는 여정이다.

by 드림그릿 박종숙

고2인 딸은 요즘 외모 가꾸기에 진심이다. 공부에 집중했으면 하는 부모 마음과 달리, 외출할 때마다 화장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 그런 딸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잔소리를 하게된다.


"넌 연예인이 아니야."

"넌 충분히 예뻐."

"고3 끝나고 실컷 멋 부려도 괜찮아. 엄마가 도와줄게."


하지만 결국, 우리는 딸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아니, 적어도 이해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작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한 건 딸의 한마디였다.

"엄마, 나 옷을 사야 해."

딸은 거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너무 못생겨 보여서… 이 옷을 입으면 좀 나을 것 같아."


그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딸이 소비가 많아진 것도 걱정이지만,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게 더 속상했다. 나는 한 번도 딸에게 ‘못생겼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다만, 갑자기 살이 찌는 게 걱정돼 야식을 줄이지 않으면 뚱뚱해질수 있다고 강하게 말하긴 했다. 하지만 부모가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 때론 아이에게 ‘공해’처럼 쌓인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나도 어릴 땐 자존감이 높은 편이 아니었다. 직장에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피스메이커였고, 늘 주변을 먼저 살폈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 나 자신을 찾게 된 걸까?


그 답은 독서와 글쓰기였다.

나는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지만, 지금도 영어 회화가 잘 늘지 않는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영어회화도 잘했다. 어떻하든 말을 했으니까.

나도 말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대중 앞에서 유창하게 말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지 않는가!


하지만 글쓰기는 다르다.

내 안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다시 다듬으며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내 언어가 생기고, 내 속도를 찾게 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남들은 ‘1일 1권’을 목표로 하지만, 나는 느리더라도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비로소 나만의 리듬을 찾았다.


딸도 그랬으면 좋겠다.

"엄마는 네가 어떤 모습이든 충분히 소중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를 찾고, 자신만의 언어를 가질 수 있기를.

세상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더 단단한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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