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라는 소비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못 가니 사람들이 명품에 소비가 많아졌다고 한다.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백화점에 가면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이다.
잠깐 구경하려 들어갔다가도 내 옆에 와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시라는 직원의 친절함이 불편해 그냥 나오는 사람이고
줄 서서까지 기다리며 사지 않을 명품을 보고 오는 적극적인 사람이 못된다.
이유가 어찌하듯 나는 명품을 사서 얻는 만족감보단
사고 난 후의 괴리감이 불편한 사람이고,
그 가격에 맞는 제품인지 모르겠다 의 말 뒤에
그 가격을 주고 살 여유가 없다의 속 뜻을 사진 사람이다.
숨 막히는 명품관을 벗어나려 에스컬레이터를 타러 가는 와중에
문득 저 명품을 보기 위해 줄 서있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다 명품을 살려는 사람들일까 궁금해서
올라가는 동안 그 사람들을 꽤 오래도 관찰했다.
그때 먼저 들어가서 구매에 성공한 여자가 명품 쇼핑백을 들고 나왔다.
줄 서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구매를 하고 나온 그 여자한테 시선이 따라갔고
그 여자는 무심하게 나와 본인 갈 길을 가려는 듯싶었다.
줄 서있는 사람들은 다시 앞을 보며 본인이 들어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나의 시선은 그 여자에게 계속 머물렀다.
그 순간
고개를 돌려 줄 서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확인하고 가는 여자의 모습
을 봤다.
어떤 모습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그녀의 모습에
나의 뇌리에선 한동안 그녀가 잊히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행동인 듯한 계산된 시선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느낀듯한 우월한 표정
내가 먼저 성취했어라는 당당한 걸음걸이
나에겐 특별할 거 없는 일상이야를 말하고 싶은
다분히 일상적이지 않는 표정과 몸짓
짧은 시간 내가 그녀를 보며 느낀 모습과 감정들이다.
보통 명품은 자기만족을 위해 소비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본모습은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보다
명품을 사서 나온 그 순간의 시선에 소비하는 모습이었다.
명품을 든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내가 명품이 된 것 같은 만족감
이 복잡한 감정이 주는 명품이라는 가치가 무엇일까..
순간의 시선들이 채워주는 만족감은 과연 끝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