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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소현 Jun 26. 2021

집 밥

엄마 고마워

집밥은 맛있다.


엄마에게 연락하고 오랜만에 본집에 간 날이었다.

오랜만에 딸이 간다고 하니, 엄마가 출발할 때 연락을 하라고 한다.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그때 밥 불을 올리기 위해서란다.

내가 가는 시간이 1시간 안이니 그때 밥을 안치면

갓 지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도착한 집에서는 갓 지은 밥 냄새와 내가 좋아하는 메뉴인

곰탕과 제육볶음과 상추 등 갖가지의 밑반찬들이 식탁 위에 올라와 있었다.

식기 전에 먹으라는 엄마의 말에 맛있게 먹었다.

엄마 집에만 가면 이렇게 든든한 밥 한상을 먹을 수 있었다.


난 그게 집밥인 줄 알았다.


어려서부터 나와 살아서 배달음식, 간단히 때우는 음식을 먹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밑반찬을 해줘도 안 먹다 보니 곰팡이 생겨서 버리기 일쑤라

몇 년째 꾸준히 가져다줬던 엄마도 이제는 내가 가끔 부탁하면 곰탕만 끓여다 주셨다.


혼자 사는 내가, 집에서 먹는 집밥이라는 건 이렇듯 단출했으니

엄마의 집밥은 진수성찬에 항상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배달음식을 줄이고

요리를 해서 먹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레시피들을 찾아보니

한번 먹으려고 장보기에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었고,

김치찌개 하나에도 들어가는 재료가 꽤 많았다.


김치찌개 맛이 이상한 건 알겠는데 이 맛이 싱거운 건가 짠 건가..

미각 멍청이인 나는 뭘 넣어야 할지 모르겠었다.

집에서 먹는 집밥이란 어려운 거구나..

뚝딱뚝딱하는 엄마가 새삼 다시 대단하다고 느꼈다.


재정적인 사정으로 혼자 살던 집을 정리하고 본집으로 들어왔다.

이제 밥은 굶을 일 없겠네 라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으며

부모님과의 생활에 익숙해져 갈 때쯤 

집에 와서 먹게 된 집 밥은 진수성찬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소박했다.

밑반찬과 먹을 때도 있고 국이나 메인 요리 하나만 두고 같이 먹었다.

그럼에도 정말 맛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엄마에게 얘기했다.


"엄마, 난 그동안 집밥이라고 하면, 뭔가 엄청 거창 한 건 줄 알았다?"
"뭐 거창해 그냥 있는 반찬에도 먹고, 해서도 먹고 하는 거지~"
"그니까,, 그럼 예전에 나 본집 올 때, 엄마 요리하느라 엄청 고생했던 거네!!"
"고생은 무슨!! 밖에서 못 챙겨 먹으니까 집에서라도 맛있는 거 해 먹여야지!! 지금은 이렇게 챙겨주고 먹는 거라도 봐서 다행이다야~!!"


이제야 알았다

내가 먹을 집밥을 위해서 엄마가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던 건지를..

내가 알고 있는 집밥은 엄마의 정성이라는 것을..


집밥이 맛있는 이유는 가짓수가 많아서도 아니고, 특별한 재료로 요리해서도 아니다.

엄마가 딸을 생각하는 마음과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집밥이 그립나 보다.


집밥에 담긴 사랑이 고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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