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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하 Mar 14. 2024

Tangled and Blurred Words...

포킹룸 2023





방문자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당신이 이 웹페이지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전시장에 비치된 작품 라벨로는 작품에 대해 온전히 알수 없었다는 사실을 반영하죠. 그 작품 라벨은 작품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의 표준 양식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인데, 그건 우연이 아니라 제 의도입니다. 그 작품을 볼 때 AI 프롬프트를 사용한 글쓰기 방법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 파편화된 단어가 어떻게 감정을 자극하고, 이를 불러일으키는지, 그리고 글쓰기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내어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 링크를 클릭한만큼, 비록 모호한 설명이긴 하지만 당신에게 설명을 드려야겠어요. 전시된 글들은 조각난 형태로 매우 짧습니다. (이는 에밀리 디킨슨의 파시클과 발터 벤야민, 롤랑 바르트의 짧은 글쓰기 계보를 이어가고자 하는 제 바램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조금 길 수 있습니다.


그 짧은 글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 유난히 추웠던 날, 카페에 앉아 문자나 편지를 보낼 용기를 내기 위해 기다리던 제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이 감정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를 바랐지만,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끈질기게 달라 붙어 저를 압도해왔습니다. 분노, 슬픔, 심지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씨름하면서 제 감정을 표현하고 감정을 적고 싶은 욕망은 때때로 저를 아프게 하곤 했죠. 저는 이러한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찾았지만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장소를 만들기 위해 저는 간헐적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산책을 하다가, 혹은 충동이 밀려올 때마다 특정한 패턴이나 이유 없이 글을 썼죠. 아마도 제 감정을 기록하고 의식과 무의식의 생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었으며, 청소년기에 시작된 습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일기를 쓰는 이유와 비슷하게 각 글에는 날짜를 기입해서 감정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었죠. 노트북에 타이핑하거나 휴대폰에 간단한 메모를 적기도 하고, 때로는 그날 읽은 책에서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인용문을 적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서술할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이름이나 장소, 거리, 장소, 음식, 영화, 공연 이름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담고 싶었던 것은 제가 느낀 감정과 그 감정을 느낀 날과 그 순간뿐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스테가노그래피처럼 텍스트의 세부 사항을 흐리게 처리하고 미묘하게 변경하거나 숨겨서 특정 날짜와 관련된 기억이나 감정을 저만 떠올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강박적으로 처리하고, 다시 읽고, 다시 생각하고, 다시 방문함으로써 이러한 감정은 텍스트에 생생하게 담기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겐요.) 이러한 감정을 촉발한 사건의 세부 사항이 흐릿하거나 변형되거나 완전히 변경되어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경우에도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복잡한 감정의 미로를 통해 감추고 동시에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한 보호 조치입니다. 온전히 표현할 수 없음, 좌절감, 억압, 그리고 제가 품고 있던 비밀은 감정이 텍스트로 변환되는 이 정서적 공간에서 마침내 안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일기를 쓰는 동안은 깨닫지 못햇지만,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감정이 흘러나올 수 있는 통로나 틈새를 만드는 것이기도 한 것이죠.


우리는 언어, 세계관, 다양한 자아들의 반향 속에서 고통스러운 분열을 겪으며 특정 언어적, 사회적, 문화적, 정서적 규범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살아갑니다. 이 프로젝트는 저의 카타르시스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저는 감히 이 프로젝트가 일종의 희망적인 생산물이 되길 바라기도 합니다. 다시말해,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이 글쓰기 방법과 이 글이 그러한 사실을 잊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저의 믿음이라고 전해봅니다. 인공지능과 함께, 이 글쓰기는 자아를 표현하고 감정을 보존할 수 있는 제한 없는 공간을 개척하는 미래적 글쓰기 방법을 예고할 수 있죠. 궁극적으로는 이 글쓰기 방법이 추락하는 시간성을 초월할 수 있는 존재론적 전환을 열어줄 수도 있길 희망하면서요.



2023.05.11.

은하






Welcome, dear visitor!


Your arrival here suggests a curiosity not sated by the label on the work, one that doesn't quite conform to the standard institutional style that fully provides the information about the presented work. This deviation isn't by accident, but by design. My intention wasn't to draw focus towards the mechanics of how the text was written using AI prompts, but rather to show how the words can stir emotions, evoke feelings and prompt us to question the very essence of writing. However, seeing as you've taken the time to find my Instagram account and click the link to understand the process, I owe you an explanation, albeit a vaguely outlined one. It would be a long explanation, mirroring a journey that's far from over, even though the texts you see in the exhibition are fragmented and quite short because it reflects on a desire to continue the lineage of Emily Dickinson's short writing, small, hand-sewn booklets called fascicles, as well as those of Walter Benjamin and Roland Barthes.


These texts were born from deeply personal experiences. Picture me last year, on a particularly frosty day, sitting in a café, awaiting to muster the courage to text or send a letter. I wished that this feeling would naturally fade, but it clung on, relentless and overwhelming, against my will. The desire to express my feelings, to pen down emotions, was a weight that at times made me ill, as I grappled with feelings of anger, sadness, and even some I couldn't put into words. I sought a safe place to release these emotions, but such a place seemed non-existent. To create that place, I started to write in a diary sporadically. These entries were penned on bus rides, during walks, or whenever the urge gripped me, without rhyme or reason. Perhaps it was a way to chronicle my emotions and better comprehend my conscious and subconscious thoughts, a practice that began in my adolescence.


Each text was timestamped, a way to track the evolution of my emotions, similar to why many keep diaries. I would type on my laptop or jot down brief notes on my phone, sometimes including quotations that I read on that day that stirred a tumult of butterflies in my stomach. But, my intention was never to narrate every minute detail of my life. I avoided using personal names, locations, or any specifics such as the names of streets, places, foods, films, and performances. The only thing I truly wanted to capture was the emotion I felt and the day it happened and when I felt the emotion. To this end, I blurred the details in the text, changing or hiding them subtly, akin to steganography, so that only I could summon the memories or emotions associated with a particular date.


By obsessive processing, rereading, rethinking, and revisiting these emotions, they became vividly encapsulated in the text. This happened even when the details of the events that sparked these emotions weren't explicitly stated, as they were blurred, transformed, or completely altered. This is a protective measure, a method to simultaneously conceal and reveal through a complex labyrinth of emotions. The inability to fully express, the frustration, the oppression, and the secrets I carried, could finally find respite in this affective space where emotions transformed into tangible text. This project was an exploration into the shadowy realm of the visible and invisible, akin to creating a vent or gap for these emotions to flow out.


We lived through the agonizing fractures of language, worldviews, and the echoes of our own selves, often oblivious to our nonconformity to diverse linguistic, social, cultural, and emotional norms. This project, even if serving primarily as a means of personal catharsis, represents a gentle, persistent hope. It's my audacious belief that this method of expressing personal emotions might resonate with others. Together with AI, it could herald future writing methods, carving out an unrestricted space for the expression and preservation of selfhood and emotions. Ultimately, it might unveil the ontological shift that allows us to transcend the temporality of downfall.


2023 May 11

Eunha






본 원고 <Tangled and Blurred Words, Fragmented and Scattered Thoughts> (2023-)는《포킹룸 2023 아드레날린 프롬프트》(탈영역 우정국, 2023.5.11~2023.5.18)에 전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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