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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a Seong Jul 10. 2022

그 어떤 것도 쉬이 넘어가지 않는구나

직장인, 미국 변호사 준비 생존기




어느덧 3학기가 끝났고 미국 로스쿨 여름 학기가 시작됐다.


지난해 국내 미국법대학원과 사이버대학교에 입학했고 올해 가을부터 미국 로스쿨 과정(LLM)을 시작했다. 미국 변호사 시험 응시 요건은 주(State) 마다 조금씩 다른데 나는 요건 대부분을 갖추지 않아 학위 3개를 취득해야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준비하지 않으면 수업 자체를 따라갈 수 없다. 준비를 해도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다. 그것을 ‘리걸 마인드(Legal Mind)’ 라 한다니 그렇구나 하고 세뇌시킨다. 이해를 하든 하지 못하든 어떻게든 판례집을 읽고 수업에 들어간다. 그날 배운 이론과 단어를 문서 앱에 저장해 출퇴근 길에 외운다. 몇 시간이면 된다는 과제가 나는 최소 며칠이 걸려 점심시간마다 카페에서 과제를 한다. 야근하다 수업을 듣고 또 출근을 하고 그러다 보면 새벽이다. 그래도 재미는 있다. 싫다는 생각보단 이 선택을 한 것에 감사하고 다행이란 생각이 먼저 든다.



그렇게 1년 반을 보냈다. 판례집 한 페이지 읽는 것도 버거워하던 사람이 반나절이면 수십 페이지를 훑고 분석하는 수준은 되었다. 까다롭지 않은 과제는 하루면 충분하다. CNN US를 볼 때면 익숙한 판사나 판례가 보이고 혼자(?) 반가운 척도 한다.


미국 로스쿨의 각박한 학점 인심에도 적응했다. 나도 모르면 다른 분들도 모를 거라며 합리화를 한다. 준비한 것만큼 보여주지 못했을 땐 작년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웃고 잊어버린다.


봄 학기 즈음이었다. Legal writing 과제로 속을 끓이다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제가 요즘 이런데요. 이상한 건가요?” 그가 답했다. “미국에 오면 본인이 지극히 정상적이란 걸 알게 될걸요.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고 두렵잖아요. 그래서 많이 슬플 거예요. 지나가는 과정이니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요. 앞으로 그 허들을 넘는 사람과 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나요. 격차는 거기서 발생해요. 당신은 지금 넘고 있잖아요. 아무 생각 말고 지금처럼 과제를 하세요.”  


“Very normal, stick with it.”


수업 마지막 날. 별 것도 아닌 대답에 그는 있는 미사여구는 다 넣어주며 코멘트를 날려 주었다. 그 시간을, 그 외로움을 누군가 알아주는 것만 같아 찡했다.


그 어떤 것도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어떤 것은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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