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브런치
스타트업 업계에 몸 담고 있다면 꼭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데스밸리(Death Valley)', 일명 '죽음의 계곡'이다.
데스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모하비 사막 북쪽에 위치한 깊고 건조한 지역으로 뜨거운 태양, 바람, 말라버린 풀, 모래, 소금밭이 전부이다. 때문에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며 창업 초기 자금조달 및 시장 진입 등의 어려움으로 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은 통상적으로 1~3년 차에 상품 및 서비스 개발, 매출 부진, 신규 투자 유치 실패, 자금 고갈 등으로 1차 데스밸리를 겪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3년~7년 차에 추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1차 데스밸리에서 겪은 고난을 또다시 2차 데스밸리의 늪에 빠진다.
결국 데스밸리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것이고 이를 버티기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은 담보나 신용도가 부족해 시중 은행에서 차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투자자를 통해 투자금을 받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기업 성장 단계나 투자사별 투자 기준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 기준으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스타트업 투자 관련 정보: The VC)
사업 준비 및 기획 단계
• 엔젤투자
• 개인 자산, 3F(Family, Friend, Foolish) 자금, 정부 창업지원 프로그램 등 활용
제품, 서비스 개발 및 론칭 단계
• 시드투자(=시드머니, 시드, 시드펀딩)
• 창업 이후 본격적인 매출이 실현되기 전까지의 단계로 수천 만~5억 원 사이의 금액 투자
• 창업 1년 이내 기업으로 아이디어의 실제 구현 및 시장 진출 가능성 검증, 프로토타입 제작, 검증 후 시장 진출 준비 단계
• 엔젤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마이크로 및 초기 VC, 크라우드펀딩,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활용 (예. 스파크랩스, 본엔젤스, 롯데액셀러레이터, 스프링캠프, 언더독스, 와이앤아처,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프라이머, 한국사회투자 등)
사업 확장 단계
• 시리즈 A, B, C ~
• 초기 시장 검증 완료, 출시 제품 제작 또는 정식 서비스 오픈을 준비하는 단계
• VC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짐
• 시드투자~시리즈 A 사이를 죽음의 계곡으로 봄
[Series A / 5억~50억]
- 업력 2~5년 차
- 시드 단계에서 받은 투자금으로 시제품 완성, 시장성 분석 완료, 제품 및 서비스 정식 출시
- 엔젤투자자, VC, TIPS, 시중은행 등 (예. 스트롱벤처스, 카카오벤처스,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 플래티넘기술투자, 캡스톤파트너스 등)
[Series B / 50억~200억]
- 업력 3~7년 차
- 제품 출시 및 시장 내 경쟁 단계에 접어들어 어느 정도의 성공성을 검증한 상태
- 인력 충원, 연구개발, 제품 및 서비스 오퍼레이션, 공격적인 마케팅, 해외 진출 등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필요
- VC의 의결권이 커짐에 따라 B단계까지 투자를 받으면 향후 기업 매출로 자립적으로 기업을 운영할지 또는 더 큰 단계의 투자금을 유치할지를 고려 (예. 스틱인베스트먼트, 소프트뱅크벤처스, 포스코기술투자, KB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등)
[Series C~ / 수백억~수천억]
- 업력 7년 차 이상
- 자체 수익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고 시장 내에 확실하게 안착하여 스케일업 가속화
- 신규/연계 제품 출시 및 해외진출 등 시장 확대 기회 모색, IPO 및 M&A를 염두한 투자
- 국내외 대형 벤처캐피털, 헤지펀드, 투자은행, 사모펀드가 들어오기 시작(예. KTB네트워크,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SBI인베스트먼트 등)
IPO 및 M&A 단계
• 엑싯(EXIT) 단계로 회사 인수합병 또는 증시에 상장하여 VC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단계
• 대기업의 신사업 추진 및 사업 다각화 목적으로도 이루어지고 있음
•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인수 대상도 플랫폼 기업에 치중 (참고 기사)
배고픔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어렵게 투자금을 조달했다.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적자폭을 좁혀가며 생명을 연장했다. 하지만 영원한 1인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상대도 대기업 수준으로 체급이 점점 높아지는 게 현실이다. "견뎠다 싶으니 또 다른 차원에서 죽음의 연속이다. 끝이 없다." 하소연 한다.
스타트업의 데스밸리에서 정의하는 3~7년이란 기간은 이 시기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위기를 겪는다는 뜻이지 대체재 등장, 이미지 추락, 정부 규제, 수익구조 악화 등의 위기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유니콘, 데카콘에 등극해 데스밸리를 벗어났다고 안심할 수 없는 법이다. 성장 가능성과 투자금만 믿고 내실 없이 몸집을 키워온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너무나 똑똑하고 스타트업도 'ESG: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경영을 실천해야 하는 시대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수익을 내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 데스밸리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