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기덕 Jun 27. 2022

<네 편이 되어 줄게> 내 편과 함께하는 동행

책처방 해드립니다

이 책의 저자는 환갑을 맞으면서 은퇴와 함께 인생의 마지막 장식만을 남겨뒀다고 한다. 그러나 손자가 태어나고 인생의 후반전이 열리는 느낌을 받는다. 손자가 대학을 가고 결혼하는 모습까지 보고 싶어진 것이다. 저자는 매일 운동을 하고 건강 관리까지 하며 희망찬 삶을 새롭게 살아가면서도, 손자가 살아가야 할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그래서 출판평론가로서 평생을 책과 함께 살아간 저자는 손자가 곧 헤쳐나가야 하는 세상을 이야기해주고자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 편지를 엮은 게 이 책이다. 내용은 저자와 같이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이 사회에서 맡아야 할 역할, 연결사회에서 네트워크의 중요성 등 다양하다. 그러나 손자에 대한 걱정으로 쓰게 된 편지라서인지 앞으로 손자가 마주하게 될 세상이 많이 서술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인공지능에 관한 내용이 시작부터 등장한다. 도입부는 손자가 성인이 되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밥을 해주고 빨래와 청소도 해줄 것이라는 재밌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후반부에선 인공지능 시대라는 특이점으로부터 이겨낼 수 있는 지혜를 말한다.


저자는 특히 어떤 기성세대처럼 자신이 걸어왔던 길처럼 갈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저 독서를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길 희망한다. 인공지능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공감 능력은 상상역이 풍부해야 향상될 수 있는데, 다양한 사람이 함께 하는 독서모임에서 경청하는 자세와 함께 기를 수 있다고 하고,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올바른 것을 찾는 데 필요한 문해력과 그것을 자신의 정보로 만드는 편집력 또한 책을 통해 증진될 수 있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재차 거듭할 뿐이다.


“네가 티 없이 맑고 씩씩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이 할아버지가 기록하는 것은 네가 밝은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그리고 네 엄마와 아빠와 이모에게 무심했던 미안한 마음을 이렇게나마 표현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고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로 태어난 것이 아니니까.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순간 ‘부모’라는 타이틀이 주어졌을 뿐이다. 그러니 실수와 어설픔은 당연히 존재하고 시행착오도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자 또한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많은 후회 속에 살았다는 것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다. 이를 손자를 통해 만회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기에 이 책에서는 어느 것도 강요하지 않고 더 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만이 다뤄져 있다.


진심 어린 후회가 담겨있는 말처럼 설득력 있는 것이 또 있을까. 그래서 저자가 손자에게 설명하고자 하는 세상은 정말 단 하나뿐인 ‘내 편’이 알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불투명한 미래를 살아간다 할지라도 뒤를 받쳐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큰 힘이 되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모습은 마치 할아버지가 뒤를 묵묵히 따라 걸어주는 아이의 모습과 같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연금술사> 꿈을 포기하고 싶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