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우지우 May 15. 2023

완주작(상류, 군자맹) 그외

중드 리뷰 

요즘 여유시간이 부족하다보니, 드라마 볼 시간도 줄어들었는데요. 아무래도 호흡이 긴 중드보다는 짧은 호흡의 태드나 대드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쪽 나라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드의 재미가 예전 못하다는 점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보다가 중단한 작품도 소소하게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주를 한 작품에 대해 언급해보겠습니다.


<상류>


중국 방영 당시 한국 상륙을 손꼽아 기다렸으나, 막상 한국 방영 후 한참 지나서 보게 된 작품입니다. 중국 방영 당시 먼저 본 누군가가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인생에 저런 관계가 있다는 게 좋았다는 리뷰 때문에 드라마가 참 궁금했어요. 


막상 열어본 드라마는 중드 학원물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등장인물들이 올망졸망 귀여운데, 극 진행 속도가 느리다보니 정주행하기가 쉽지는 않은 느낌이었어요. 


일단 여주 샤오쥐를 둘러싼 두 남자가 있습니다. 첫사랑이지만 얘랑은 안 되겠구나 싶은 청랑, 누가 봐도 샤오쥐를 좋아하는데 늘 엇나가는 루스이가 그들이죠.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한 고교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가 주 스토리입니다. 샤오쥐의 단짝 추러타오 커플 외에는 등장인물 모두가 거의 극의 마지막까지 짝사랑 중이에요. 그래서 지루하냐, 그렇진 않습니다. 극의 진행이 느리긴 하지만 소소하게 이야기들이 쌓여갑니다. 


그리고 청랑의 사랑이나, 추러타오 커플과 같이 사랑의 씁쓸한 면도 담고 있어요. 주인공인 샤오쥐와 루스이가 거의 끝에 끝까지 짝사랑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청춘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작품인 것 같아요. 



<군자맹>


저쪽 나라의 규제가 강해지면서, 잘 팔리는 중드 상품인 지기애 드라마들이 싸그리 자취를 감췄죠. 진정령, 산하령의 히트로 우후죽순으로 지기애 작품이 촬영 중이거나 이미 촬영을 마쳤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그 와중에 규제가 걸리면서 그 작품들 다 어쩌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진철원, 단건차 주연의 ‘봉화류금’이 궁금한데, 저 작품 촬영 당시와는 달리 두 배우 모두 주가가 쭉쭉 치고 올라가서, 어떤 형태로 저 작품이 공개될지, 공개가 되기는 할런지 모르겠네요.)


군자맹도 지기애 드라마들과 궤를 같이하고 있긴 하지만, 원작 자체가 bl 요소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고, 정백연, 송위룡 데려다놓고 뭐 그렇게 지기애가 두드러지는 작품이 나올까 싶긴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전체 분량의 30분 정도를 덜어내고 기습적으로 방영을 했습니다. 두 남자의 수사물 정도로요. 그럼 수사물로서의 재미가 있느냐 하면, 딱히 그런 것 같진 않아요.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큰 스토리라인에 깔린 음모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걸 밝혀가는 작은 에피들이 조잡한 느낌이랄까요.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복잡하긴 한데, 딱히 오호라 싶지는 않은 느낌이에요. 아마도 극 초반 사건해결 과정에서 탈주자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럼 남는 건 두 캐릭터의 매력으로 극으로 끌어가야 하는데, 이것도 지기애가 다 덜어내져 있으니 그렇게 살지는 않습니다. 그냥 정백연, 송위룡 두 배우의 얼굴만 남는 느낌? 그래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고찰을 해보자면, 란각(정백연)에게 장병(송위룡)은 원수의 자식일지 모르겠으나, 나를 위해 목숨도 마다하지 않고 일 해줄 사람이지 않을까 싶어요. 란각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로맨스의 주인공으로는 좀 건조해요. 뭔가 MBTI 인간유형으로 보자면 T(이성)가 두드러질 것 같은 인물? (극중에서 실제로 그러지는 않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입니다. 


그럼 장병에게 란각은 어떤 존재일까 생각해보면, 장병이 가진 란각에 대한 감정의 팔할은 죄책감일 것 같아요. 물론 장병의 잘못은 아니지만, 선대를 거슬러 올라간 잘못이 있지 않을까 스스로는 그렇게 짐작하고 있죠. 그리고 란각은 뒤에서 남몰래 장병을 도와줄 만한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으나, 자기는 마땅히 란각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게 없다고 느낄 것 같아요.(물론 신묘한 주술이나 수사력, 번듯한 외모 등등을 갖추고 있지만;;) 그래서 란각의 일이라면 목숨을 걸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튼 그럼에도 후반부로 갈수록 전체적인 틀 안에서 이런 이야기구나 싶으면서 흥미롭게 끝까지 정주행 했습니다.  




탈주라기보단 보다가 잠시 중단상태인 작품들 간단하게 언급하고 지나갈게요.(그러나 다시 시작할지 어쩔지는 알 수 없어요.) 



<설영웅수시영웅>


이래나 저래나 해도 난 무협이 제일 재밌는 것 같아, 이럼서 비호외전 이후 무협물을 찾아 헤매다 보게 된 작품이에요. 증순희, 류우녕, 양초월 세 배우의 의형제(?)스러운 관계가 나쁘지 않고, 가치관이 다른 왕소석(증순희)과 백수비(류우녕)는 결국 서로 다른 길을 가겠구나, 왕소석과 온유(양초월)는 결국 사랑하겠구나, 싶은 작품이었어요. 


뭔가 주요배역인 소몽침에 매력을 못 느끼고 중단상태긴 한데, 왠지 무협이 땡긴다 하면 다시 열어봄직한 작품입니다. 



<고독적 야수>


뭔가 새로운 이야기고, 간혹 세련된 연출이 나오기도 하고, 열쇠공(허추펑), 감정사(뤄빈), 변호사(쑤쑤이) 세 남녀 간의 관계도 나쁘지 않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도 있어서 다음이 궁금하기도 한데, 이상하게 중단 후 다시 손이 가지는 않네요. 


여주인 쑤쑤이의 처지, 도시에서 홀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여인의 상황? 심정? 같은 게 가끔 공감되기도 하고, (물론 금새 든든한 아군인 허추펑, 뤄빈이 생기긴 한다만.) 현대인(?), 도시인(?) 내면의 고독한 풍경을 담으려고 꽤 공을 들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허추펑과 쑤쑤이의 로맨스가 드러나는 편인데도, 뭔가 쓸쓸한 심상이 남았던 작품입니다.    



<운양전>

 

이 작품도 초반에 씐나게 보다가 현재 중단 상태입니다. 무협+장사+도박이 한데 섞인 이야기이고, 주인공 운양역의 진효 배우가 몽화록의 남주였기에 흥미롭게 봤어요. 그리고 운양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선인인 듯 악인인 듯, 뭔가 얌생이 같은데 운대의 직계 제자이고, 거기다 가문의 비밀까지 품고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라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여주인 서아남도 제가 좋아하는 강인한 여주 캐릭터라 보는 맛이 있습니다.(처음 보는 배우인데 뭔가 고전적인 느낌이에요. 예전 임청하, 왕조현 그 시절 배우들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서아남도 아직은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가 있는 인물이죠. 


또 다른 주요배역인 금표역에 ‘경경일상’에서 첩을 줄줄이 거느리고 있던 아저씨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나와서, 첨에는 못 알아볼 뻔했어요. 운양이 돈주고 고용한 호위무사로 때론 모자란 듯 하지만 의리있고, 정있는 사나이로 나와서 재밌었습니다. 


이런 매력적인 면이 있음에도 왜 중단 상태냐 하면, 이게 무협보다는 상업이나 도박이 더 두드러지는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운양의 개인적인 복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신선한 면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그래도 최근 방영작 중에선 핫한 편인 듯해서, 언젠간 다시 열어볼 듯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풍취반하] 장사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