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흐센 마흐말마프 감독의 다큐라 선택한 작품. 이-팔 분쟁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란 질문으로 시작한 영화는 같은 질문으로 끝을 맺지만, 유의미한 답을 얻은 것 같지는 않다. 러닝타임이 63분으로 짧기도 하고,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속한 사람들까지 고루 인터뷰이로 다루다 보니 현상의 겉만 둘러본 느낌. 특히 이스라엘 인터뷰이는 이상만을 추구하는 느낌? 우위에 선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이상적인 태도라고 해야하나. 여튼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목소리 높여 얘기하던 아프리카계 팔레스타인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그나마 설득력 있는 듯.골목 성벽에 적혀 있는 ‘어릴 적에는 같이 놀고 싶었고, 서로를 몰래 좋아하기도 했다’는 글귀가 인상적이었고, 작품이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았다.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 15시30분
kofic에서 CGV까지 차로 이동하려 했으나, 차들이 그냥 길에 서 있고 CGV 주차장까지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 결국 kofic으로 차를 돌려 다시 주차를 하고 겁나 뛰어서 CGV 도착. 지연 관객으로 10분 늦게 입장. 허허.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영화에 나온 빌킨을 봐야겠다는 이유였는데, 생각보다 영화가 괜찮았다. 동양문화권에서 가족구성원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요소가 극 전반에 깔려있고, 그것이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담겨 있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결국 딸과 엄마의 관계에서 기어코 눈물이 터졌는데, 어쩌면 세상의 모든 딸들이 엄마에게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면서 듣기 싫은 말이지 않을까. 그걸 영화 속 등장인물을 통해서 듣고 있자니 눈물이 나더라.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반전이 감동이었는데, X의 반응을 보니 그래서 결국 딸한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아들, 손자로 이어지는 유산 증여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의견도 다수 있더라. 10월 9일 국내개봉작으로 이리 빨리 개봉하는지 모르고 부국제에서 선관람한 사람;;
<아이미타가이> 20시
몇년전 부국제에서 감독의 전작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을 보고 좋았던 기억이 있어, 필견의 작품으로 예매했건만. 이 영화가 왜 그리 묘하게 불편했던가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극 초반 태평양전쟁에 청년들을 내보내며 환송 피아노를 연주한 할머니가 지난 과거를 후회하며 현재까지 피아노를 치지 않는다, 이런 대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배우의 과장된 연기, 감동을 쥐어짜기 위해 먼저 치고 나오는 배경음악, 캐릭터의 억지스런 서사 등등 때문이었던 것 같다. 왜 일본인들은 패전국의 희생자로 여지껏 자신들을 연민하는가. 이 장면에서 몰입이 와장창 깨지면서 이후의 모든 우연과 인연의 사슬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그저 영화관을 나서며 나도 아이미타카이를 실천해보자, 이럼서 옆 관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 들고 나왔을뿐.
※ 오늘의 놓친 작품
11시30분 모래 수영장에서 헤엄치기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작품이라 선택했으나, 1회차의 압박으로 포기
4일(금)
<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 17시
영화제 때는 또 성장영화를 봐줘야 맛이지,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했는데, 영화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리고 영화제가 다 끝나고 보니 베스트로 꼽을 만하다.(올해도 나는 영화 선택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되는대로 살던 젊은 청년이 갑작스런 아빠의 죽음으로 인해 여동생도 건사해야하고, 가업인 콩테치즈도 만들어야 하고, 소꿉친구와 갈등도 겪고, 여자랑 연애도 하며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뭔가 헛헛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이 있더라. 결국 소년기의 관계가 변화하며 홀로서기를 해야만하는 과정을 보여준달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국 옆을 지키는 가족을 보여주기도 한다.(여동생 귀여워, 기특해!) 등장인물 모두를 비전문배우로 캐스팅했다고 하는데, 거기서 오는 생동감과 결국 어른이 되어야 하는 주인공의 정서가 대비를 이루면서 영화에 묘한 에너지를 주는 작품.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20시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그것도 인도의 여자감독, 마술적 리얼리즘. 소개 멘트에 혹하기도 했고, 몇 년 전 부국제에서 상영했던 다큐 <무지의 밤> 감독의 극영화라고 해서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닥이었던. 극 초반 다큐처럼 보여주는 뭄바이의 풍경들, 나래이션은 너무 황홀했으나, 서사가 심히 진부해. 거기다 감성은 너무 소녀소녀해. 요즘에는 워낙 여성영화가 많이 나오고, 여성억압에서 뭔가 반전을 주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이 정도 등장인물의 심경 변화는 심심한 느낌? 러닝타임이 무지 길게 느껴졌던 영화.
※ 오늘의 놓친 작품
14시 빛이 산산이 부서지면
감독 이름이 ‘~~손’으로 끝나는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영화가 영화제에서 만나면 은근 괜찮은 경우가 많아 픽했으나, 매진되어 예매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