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5일(토)
<마이 선샤인> 12시30분
목요일 ‘아이미타가이’를 보고 나니, 그래도 영화제 중에 괜찮은 일본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마음에 급예매한 작품. 아이스링크에서 코치와 남자아이가 같이 피겨를 배우는 모습은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우나,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의 힘이 딸렸던 작품. 생략, 생략, 급마무리의 느낌. 올해 영화제의 특징이라면 프로그램 노트 상에는 드러나지 않는데 막상 영화를 보러 가면 퀴어인 작품이 많았는데, 이 작품도 그 중 한 작품.
<새벽의 Tango> 17시
올해도 비전 섹션에서 한 작품을 봐야했기에, 영화제 후반으로 갈수록 볼 시간이 없을 것 같아 P&I로 본 작품. 이 작품 역시도 프로그램 노트 상에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퀴어로 보자면 볼 수 있는 작품이었음. 영화는 음, 그냥 단막극 드라마 보는 느낌이었고,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산재한 채 급 사망 엔딩.
<에밀리아 페레즈> 20시30분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멕시코 뮤지컬이라니 봐줘야 하지 않겠는가. 카르텔 두목이 여자로 성전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보는 동안은 정말 현혹되고, 주연여배우 4명이 왜 칸에서 공동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지도 납득이 된다. 그러나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게 많았던지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장황해지고, 이 영화 역시 이야기를 쌓고 펼치다가 급 사망 엔딩. 그저 내가 영화에서 느낀 감상이라면 아무리 내가 원치 않은 삶이었다고 해도 그 삶을 산 시간과 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정도일까.
※ 오늘의 놓친 작품
16시30분 슈퍼 해피 포에버
작년 부국제 <타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서 궁금했으나, 비전을 봐야했기에 포기. 이후 영화제 기간동안 입소문을 타서 이선좌 두 번 당하고 예매실패하여 결국 못본 작품. 두고두고 아쉬움.
6일(일)
<걸스 윌비 걸스> 9시30분
인도, 여자감독, 엄마와 딸, 성에 눈뜨는 여성청소년, 궁금한 요소가 많아 선택한 작품인데, 생각보다 괜찮았던 작품. 의외로 이야기가 다층적이고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작품. GV에 감독이 왔는데 말을 참 잘하더라. 같은 인도문화 베이스지만 인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GV에서 배우의 답변과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본 작품 감독의 답변 결이 달라서 그것이 시사점이었달까.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의 주인공이자 GV에도 참석했던 배우 카니 쿠스루티가 '걸스 윌비 걸스'에도 엄마 역할로 출연한다. 올해 부국제 뉴커런츠 심사위원이기도 했다.
<수연의 선율> 13시
올해 최악의 선택은 바로 일요일 프라임 타임에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이다. 간혹 영화제에서 벌새, 한여름의 판타지아, 남매의 여름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등 주옥같은 한국영화가 발견되기도 해서, 나도 올해는 빛나는 한국영화를 발견해보고 싶은 마음에 예매한 작품이나, 왜 그랬을까. 영화는 뭐 무난하게 봐줄 수 있으나, 감독의 GV까지 보고는 기분이 착 가라앉음. 감독이 시인이라고 하는데, 시의 언어와 영화의 언어가 다름을 여실히 느꼈던 작품. 영화가 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시를 쓰듯 영화를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안 좋은 예시를 본 느낌이다. 물론 모든 영화에 섬세함과 디테일이 필요충분조건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는 감독의 섬세하고 디테일한 설정이 들어간 작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영화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영화관람 후 GV에서 관객들의 질문이 없어, 모더레이터인 씨네21 기자가 배우 등에게 질문을 하며 GV 시간을 이끄는 것이 안타까워, 나도 질문을 했으나, 감독의 대답이 들으나마나 한 답변이었음. 뭐 나외의 관객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마찬가지였음. 등장인물 중 누구는 표준말, 누구는 사투리 쓰는데 설정을 그렇게 한 이유가 있느냐?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다. 영화의 말미 중요한 소품의 표기가 잘못되었는데 의도한 바가 있으냐? 오타였다. 이런 답변 들으려고 우리가 주말 이 시간에 당신의 영화를 감상하고 GV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아니라구요!!
덕분에 다음 영화인 ‘신성한 나무의 씨앗’ 10분 지각하구요, 같은 타임에 상영했던 ‘부서진 마음의 땅’ ‘우리들의 교복 시절’ 영화를 포기했구요. 심지어 두 영화 모두 GV가 있었고, 심지어 GV 분위기도 좋았던 것 같은데!!! 다시는 영화제에서 굳이 내가 한국영화를 발견하려 하지 말자. 영화제 이후 남들이 발견한 영화 상영하면 감상하자.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를 비중있는 조연으로 다루고 있다는 거, 그래도 아역들의 연기를 뭐라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는 거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