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전기차의 유지비와 관련한 이야기
지난 일요일까지 아이오닉5N을 탔지요. 월요일부터 타기 시작했으니 꽉 채워 일주일 동안 서울-울산-부산-김해-창원-순천-광주-전주-청주-문경-서울을 다녔습니다. 반납할 때 보니 누적 주행거리 1372km, 누적 전비는 4.6km/kWh더군요.
공인 전비가 kWh당 복합 기준 3.7km, 도심 4.0km이고 고속도로는 3.4km입니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각각 351, 377, 319km입니다.
국내 전기차 인증이 빡빡한 건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래서 WLTP 등 해외에서 400km를 넘기던 차들이 국내에 와서는 200km대로 떨어지기도 하지요. 이는 국산 전기차도 마찬가지여서 실제로는 더 잘 나옵니다.
이번에 아5N을 타며 최대로 찍힌 건 사진 속의 402km입니다. 완충 후 에코모드 + 공조장치 off 상태에서 확인한 겁니다. 공인 복합 주행가능거리와 비교하면 15% 정도 더 나온 셈입니다. 늘어난 정도가 되려 좀 작은 편에 속하는데, 예전에 탔던 푸조 e-2008은 공인 주행거리가 260km인데 계기판으로는 332km가 찍히고, 388km를 달리고 배터리 잔량이 19% 남기도 했거든요. 출력 높은 고성능 모델이기 때문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구간별 전비 차이가 큽니다. 위 사진의 전비 현황을 보면, 같이 만난 일행들에게 체험 차원에서 좀 밟고(?) 달렸던(???) 4월 20일의 7km 주행은 2.7km/kWh 밖에 안되거든요. 밀리는 일요일의 고속도로와 시내를 달린 4월 21일 마지막 주행은 5.9km/kWh로 두 배를 넘으니까요.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되려 내연기관차보다 차이가 적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요즘 배기량 2.0L급의 차들도 정속주행하면 13km/L는 우습게 나오는데, 달리기 시작하면 3~4km/L로 뚝 떨어지니까요.
이건 2 스테이지 인버터 덕분이기도 합니다. 저출력 고연비를 위한 인버터와 고출력 인버터 두 개를 하나에 묶어 놓고 상황에 따라 쓰거든요. EV6 GT부터 쓴 건데 일상 주행 전비를 높이는 효과가 있지요. 이건 다기통 대배기량 내연기관의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력 전환 방법을 바꾸는 건, 8개 중 4개, 혹은 6개 중 3개 실린더만 작동하는 것과 비슷하니까요.
넓은 뒷자리는 충전 중에 쉬기 좋았습니다. 앞 좌석 버켓 시트는 통풍 기능(!!!)이 있고 자세 잡기가 정말 좋은데, 수동 조절 방식이라 자세를 바꾸기가 쉽진 않거든요. 그냥 뒤로 옮겨 넓고 편하게 있는 게 좋더군요. 다리 공간도 넓고, 등받이도 뒤로 눕는 각도가 커 편합니다.
트렁크는 바닥이 좀 올라오긴 했는데, 기본적으로 큰 차라 넉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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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누적 1만 km를 넘겼더군요.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전기차는 주행거리에 따른 노후화 정도가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고성능 전기차에서는 노후화 정도보다 정비 비용의 효과가 더 큽니다.
최대 650마력짜리 ‘스포츠카’를 타고 있으며, 1만 km를 달렸다면 어떨까요. 이 시기에 맞춰 기본 점검을 받아야 할 테고, 당연히 기본적으로 교체해야 할 것들이 줄줄이 나올 겁니다. 적어도 몇십만에서 몇백만 원이 들 겁니다. 전기차는 이게 들지 않는다는 점, 게다가 적어도 1/4 수준의 주행비용(기름값 vs. 충전비), 1/2 값의 고속도로 통행료 등의 비용 절감까지 생각하면…
고성능 전기차의 유지비는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연기관 고성능차와는 차이가 크니까요. 접근 가능한 고성능 자동차로써 아이오닉5N의 새로운 가치를 찾게 되었네요.
즐거운 시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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