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과 스웨디시 럭셔리가 가득 담긴 완성품
자동차 회사 다이어리 시리즈 2탄은 볼보입니다.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가 브랜드에 대해 명확한 방향성과 컬러를 갖는다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면서도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습니다. 특히 자동차는 여러 종류의 과학의 응용이자 최신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라, 자칫 기술의 우월성만 강조하면 위험합니다. 한번 잘못하면 요즘 말로 ‘나락 가기’ 딱 좋으니까요.
볼보가 내세우는 ‘친환경’과 ‘스웨디쉬 럭셔리’는 제품(자동차)부터 액세서리, 딜러십의 BI/CI와 오늘 소개할 다이어리와 캘린더에도 잘 녹아 있습니다.
택배박스를 열면 비닐이 아닌 종이 포장재로 감싼 박스가 있고 그 위에 플래그십인 XC90의 사진이 있습니다. 뒷면은 스웨덴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로 시작하는 인사입니다. 섬세한 배려 속에 ‘친환경’과 ‘스웨덴’을 모두 담고 있지요. 여기부터 조용하게 내리는 눈처럼 감동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합니다.
다이어리와 캘린더 모두 나무가 아닌 사탕수수 등에서 가져온 비목재 펄프를 씁니다. 표면은 태워도 다른 부산물 없이 물과 이산화탄소로만 분해되는 타이백 소재고요, 캘린더의 스프링조차 종이입니다.
사실 코팅되지 않은 종이는 사진을 충분히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금속과 유리로 만든 자동차는 ‘반짝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사진도 하이라이트가 살아야 제대로 ‘예쁘게’ 나오니까요. 이걸 포기하고 비코팅 소재의 친환경 인증 종이를 쓴다는 건 우선순위가 무엇에 있는 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내용을 ‘이해해 주는’ 고객과 시장이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반짝이지 않아도 볼보는 원래 그래라고 생각하는 거죠. 혹 일부가 불만을 표현하더라도 영업사원처럼 직접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쪽에서 ’친환경‘을 강조하면 됩니다. 말 그대로 ’One Voice’가 되어 납득하게 됩니다.
이렇게 자리 잡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꾸준하게 추진하는 일관성도 필요합니다. 이건 사람이 아니라 회사의 정책이어야 가능합니다. 사장이 바뀌거나 마케팅 헤드가 새로 와 분위기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회사 규모가 작아 가능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면서도 크건 작건 불가능한 일은 아닌데 싶기도 하고요.
처음 포장 박스나 다이어리 표면의 무늬를 보며 ‘너무 연말 크리스마스 분위기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집에 있는 빨/흰 크리스마스 니트하고 비슷하거든요. ㅎㅎㅎㅎㅎ 사실 이건 ‘스웨덴’입니다. 북쪽 나라의 눈과 독특한 ‘말’ 장식의 조합입니다.
이 말은 ‘Dalahäst’라 쓰고 영어로는 DALA HORSE라고 하는, 스웨덴의 전통 조각품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바이킹 시절부터 말을 중요하게 여기던 전통에서 생겼고 부와 행운의 상징이라 선물용으로도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당연히 대상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컬러, 무늬가 있습니다. 이번 볼보 캘린더/다이어리에는 매월 다른 달라호스를 넣어 귀여움을 더했네요.
캘린더에는 차 사진이 있습니다. 2025년 1월은 볼보의 콤팩트 SUV 전기차인 EX30이 있고요, XC60이나 V60 크로스컨트리 등 주력 모델들이 들어 있습니다. 하반기 10월에는 EX90 전기차가 들어가 있네요. 아마도 이 전에는 론칭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2026년 1윌은 전기차 삼총사인 EX30과 XC40 리차지, EX90이 나란히 있습니다. ‘26년부터는 이게 주력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사실 모델 개수가 줄어들어 12+1(2026년 1월) 개를 어떻게 채울까 궁금했는데 예쁜 실내 사진을 넣었더군요. 와인잔이나 물병 등으로 유명한 스웨덴 오레포스의 크리스털을 쓴 기어 노브나 재생 우드를 쓴 도어 트림 등이지요. 재밌는 건 달력에 초록색으로 ‘환경’과 관련된 날짜를 표시했다는 겁니다. 바다식목일인 5월 10일에는 V60 CC의 해변 사진을 쓰는 식입니다. 환경의 날 등 다양한 기념일을 표시했으니 정말 진심이라 느껴지는 것이지요.
어쩌면 꿈보다 해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뭔 캘린더와 다이어리를 놓고 이렇게 말이 많냐고 하실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럭셔리, 프리미엄은 결국 이런 디테일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은은하게 드러나 소소하게 감동하도록 하는 것. 더더욱 중요해지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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