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고 낯설고 특이한 새 세대 볼보의 시작
볼보의 새 전기차 EX30을 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살짝 낯설며 ‘새롭다’입니다.
디자인은, 망치 모양의 헤드라이트 시그니처도 조금은 달라졌지요. 이제는 뚫려 있지 않는 그릴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대각선으로 뻗는 선이 은근하고요.
4233*1836*1555mm 크기에 2650mm의 휠베이스는 전형적인 콤팩트 SUV입니다. 뒤쪽으로 아주 살짝 내려온 지붕선 덕에 둔해 보이지 않습니다.
실내도 미니멀리즘이 가득해(?) 새롭습니다. 물리버튼을 확 줄여 운전대 주변과 센터 암레스트에만 있습니다. 좌우 사이드 미러 조절도 운전대에서 하고요.
12.3인치 센터모니터를 수직으로 세우고 상단에 주행 및 차 상태에 대한 주요 정보를, 그 아래로 내비게이션 등 메인 화면을 놓고 자주 쓰는 앱과 공조 스위치를 맨 아래 넣어 분리했습니다. 괜찮긴 한데 흰색 화면에서는 폰트가 얇고 희미해 비상등 스위치 등이 잘 안 보이고 티맵의 지도 주야간 전환과 차의 화면전환이 일치하지 않아 좀 불편했습니다. 이건 화면 블랙 + 티맵 야간 모드 조합으로 세팅하면 깔끔해집니다.
새로운 친환경 소재들을 쓴 실내는 예쁩니다. 브리즈/미스트/인디고 세 가지 컬러와 재질의 조합은 만졌을 때의 감촉도 좋습니다. 기왕에 ‘친환경차’를 만들면서 고집스럽게 개선한 재질을 계속 쓰는 건 의지의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좋은(고급스러워서 비싸게 팔 수 있는) 친환경 재질이 없으니 그냥 일반 가죽을 쓰자’가 아니라요.
2열 공간은 ‘그럭저럭’입니다. 파노라마 루프가 있어 머리는 답답하지 않은데 다리는 좀 좁습니다. 상대적으로 트렁크 공간이 넓어 ‘1열에 어른 두 명이 타고 2열에는 큰 강아지를 태우면 가까워 좋겠다. 짐은 큰 트렁크에 넣고.’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려견 동반하신 분들의 전시장 방문 이벤트도 좋겠고요.
대시보드 아래 스피커를 배치한 사운드바 타입의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는 낯설 건 아닌데 그래도 조금은 새롭더군요. XC40의 하만카돈 오디오는, 도어의 미드/우퍼를 대시보드 안쪽 엔진룸에 다는, ‘에어 우퍼 테크놀로지’를 썼거든요. 이때는 트위터가 A필러에 있었는데, EX30은 윈드실드 아래 사운드바 형태로 들어갔습니다. 사람의 귀는 옆으로 달려 있지만 눈은 정면을 보기 때문에, 특히 운전하며 앞에서 들리는 음악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간 30년 동안 좌우 도어에서 나던 소리에 익숙한 사람이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요. 1040W의 앰프의 핸들링 파워에 조절 폭이 큰 이퀄라이저 등은 시승 내내 오디오를 즐기기 좋았습니다. 도어 트림에 큰 수납공간이 생겼고요.
달리면 속도와 노면에 상관없이 차의 반응이 크고 둥글려져 있습니다. 차의 움직임이 큼직하고 안정적입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걸로 69kWh 배터리+272마력의 후륜 모터가 깔끔하게 힘을 냅니다. 최근(?)의 볼보야 전륜구동이었지 원래 볼보는 후륜구동이었습니다. 90년대까지 이걸 해봤던 회사가 못 만들리는 없거든요.
원래도 제어가 강한 편인 파일럿 어시스트는 조금 더 똑똑해졌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좌우 차로의 차 크기에 따라 내 차로 안에서 편향 주행을 합니다. 이게 완전 새로운 기술은 아닌데 (현대차 그룹 HDA2도 됩니다), 한쪽으로 확실하게 붙고 저렇게 표시까지 해주니 좋더군요. 다만 시승을 하거나 출고할 때 고객들에게 확실히 알려주실 필요는 있습니다. ‘얘 왜 차가 한쪽으로 쏠려요?’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바쁜 시승이라 오래는 못해봤는데요, 정말 초기형 50kW급 충전기에 물렸더니 충전기 표시 기준 38kW까지 나오더군요. 이 정도면 빠른 편입니다. (반사가 너무 심해 계기판 찍을 때는 30kW가…) 제원상 300kW급에 물리면 최대 153kW가 되는데, 이게 테슬라 슈퍼차저 V2에 해당하는 속도입니다. 평균적으로는 85~90kW 정도라고 하고요.
마지막으로 가격입니다. 처음 론칭했을 때보다 시간이 지나 보조금이 줄었고 비슷한 크기의 전기차가 늘어났으니 경쟁이 심해진 것도 있고요. 그래도 글로벌 기준 매우 낮은 편입니다. 국내에서도 경쟁력이 있고요.
기존에 있던 XC40 리차지나 C40 리차지 등의 전기차는 물론 볼보의 내연기관차와도 다릅니다. 차세대 볼보를 위한 시작이라는 말이 이해가 되는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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