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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 시승기

플래그십에 어울리는 것, 어울리지 않는 것.

현대자동차의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브랜드의 플래그십 아이오닉 9입니다. 시승차는 6인승 21인치 성능형 4WD에 트레일러 패키지만 빠진 9407만 원입니다.

디자인은 ‘아이오닉 7’ 콘셉트카를 여러 번 보았기에 익숙합니다. 휠 에어커튼이 없어지며 한 덩어리가 된 전면부터 매끈하게 모아 떨어지는 후면까지, 정말 멋집니다. 다만 시승이 오후라 해를 등지고 목적지로 갔는데, 픽셀 케이스 안에 있는 테일램프가 햇볕 때문에 희미해지더군요. 마지막 사진을 보면 그늘에 있는 왼쪽과 오른쪽이 다릅니다. 전체가 햇볕에 반사될 때 브레이크 작동 유무를 알기가 애매하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21인치 휠은 겉의 얇은 스포크를 밝게, 안쪽 블레이드를 검정으로 처리해 공기저항을 줄이며 디자인도 잡았고요.

새 콤팩트 디지털 사이드미러도 보디와 잘 어울리고 안쪽 스크린 위치도 보기 편했습니다.


코냑 브라운/크리미 베이지 컬러의 실내는 화려합니다. 재질이 좋고 컬러 조합도 잘 어울립니다. 다만 친환경 소재들이 줄어든 (혹은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는) 건 아쉽습니다. ‘아이오닉’의 플래그십이라면 고급스럽게 만든 재활용 소재들을 더 적극적으로 쓰고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최소한 나파가죽의 처리 방법에 대한 차이점이나 바이오 스웨이드 재질인 루프 라이닝처럼요.

유니버셜 아일랜드 2.0은 아이오닉 5와 싼타페의 기능이 합쳐 쓰기 편하고 좋더군요. 시승코스 노면이 좋지 않고 시승차 타이어 공기압이 높아서 그랬는지, 움직이는 부품들이 많은 센터 콘솔 등에서 잡소리가 많았던 건 아쉬웠습니다.

공간 자체는 충분합니다. 측면추돌 평가가 강화되는 추세 때문에 시트들이 가운데로 모인 건 그러려니 하는데 승하차가 불편해진 것도 어쩔 수 없더군요. 3열에서는 2열 사이 공간이 좁아 발을 잘 딛어야 빠져나올 수 있고요. 2열 전동 폴딩 시간을 줄이거나 기계식 원터치 폴딩 기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2열 다이나믹 바디케어(안마) 기능은, EV9보다 강해진 건 맞으나 아직도 효용성을 모르겠습니다. 에르고모션 시트의 그 꾹꾹 눌러주는 느낌과 차이도 크고요.

3열은, 전체적인 공간은 넉넉하고 사진처럼 시트가 높아 다리 각도가 편합니다. 확실히 성인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긴 한데 엉덩이 쿠션이 중앙으로 기울어져 있는 느낌이라 살짝 불편했습니다. 이게 장거리에서는 허리가 아프지 않을까 싶더군요. 좌우 암레스트를 줄이고 좀 더 독립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달리기는 무난합니다. 앞서 말한 공기압 문제만 아니라면 잘 달리고, 충격 흡수도 좋고, 급격하고 연속된 좌우 롤에서도 허둥대지 않고 안정감을 유지합니다. 긴 휠베이스로 직진에서는 편하고요. 2600kg짜리 차를 이렇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드는 회사, 사실 많지 않습니다. 더욱이나 전기차로는요.

주행 관련해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이 똑똑해진 것이 제일 눈에 띄더군요. 중간에 70km/h 제한 과속 카메라로 가며 속도를 높였는데, 액셀 페달을 떼면 80km/h를 넘은 시점에서는 회생제동량을 늘려 속도를 빨리 줄이다가 제한속도에 가까워질수록 그 정도가 줄어드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차의 경고를 잘 보면 주행거리를 늘릴 방법이 많다는 것이지요.

또 EV 경로 플래너도 똑똑해졌습니다. 목적지나 충전소 전까지 최소 배터리양 설정이 됩니다. 이러면 어디서 쉬며 얼마만큼을 충전할지를 미리 결정해 여정 자체가 편해집니다. 요즘 집(혹은 회사 등 주차시간이 긴 장소)에 완속충전기가 늘어나는 추세에 더 좋은 기능이기도 하고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왜 카탈로그와, 또 직전 론칭한 팰리세이드보다 이전 버전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위쪽이 아이오닉 9, 아래가 팰리세이드입니다. 시승차들이 파일럿 생산 모델이라면 미리 알렸어야 하지 않나 싶고요. 아마 출고될 때 혹은 나중에 OTA로 업데이트가 되겠지요.

마지막 아쉬운 점은, 4년 전 아이오닉 5가 론칭했을 때 썼던 내용과 같습니다. 차 자체가 아니라 큰 흐름에서의 ‘비전’ 이야기가 없어요. 아이오닉 시리즈는 ‘공간’을 이야기합니다. 5가 넓어진 실내로 거실을, 아이오닉 6가 사무실을 말했고 플래그십인 9는 이제 ‘살아보라’며 집을 이야기합니다. 확장된 개념이지요. 이런 연속성과 앞으로 전동화 브랜드의 갈 길에 대한 선언은 왜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판매와 수익은 현실이라는 것 압니다. 친환경 소재로 고급스럽게 만들기 힘들고 비싼 데다 아직 전기차가 초기 다수 소비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다면 내연기관 플래그십인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서 (더 비싼 돈을 주고) 넘어오게 만드는, 아이오닉 9만의 브랜드 파워와 꿈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회 되면 길게 타며 장거리를 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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