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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Sep 30. 2024

Since 1996, 세계 최초! 치킨과 막국수 조합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탑평리 42

한반도의 중앙에 자리한 죄로 삼국시대 삼국의 각축장이 되어 시대에 따라 고구려의 땅이 되기도 했다가, 신라와 백제에 속하기도 했던 곳이 바로 충주이다.


그리하여 충주에는 고구려 장수왕 시절 남한강 유역의 여러 성을 공략하여 개척한 것을 기념한 「중원 고구려비」, 백제의 우수한 철기 문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백제의 「제철 유적」, 한반도 3대 악성(樂聖)인 우륵이 신라 진흥왕 시절 가야국에서 망명하여 가야금을 연주했다는 「탄금대」 등 삼국시대 각 국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고구려 · 백제 · 신라의 각축장이었던 충주

또한 지리적 위치상 삼남지방(금강 이남 충청 · 전라 · 경상지역)의 물산은 충주의 육로와 수운을 거쳐 한양으로 올라갔기에 산 따라, 길 따라, 강 따라 흘러들어온 타 지역의 생활 문화는 충주에서 버무려져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中庸)의 조화로움을 만들어냈다.


그리하여 충주 지역의 음식은 사치스럽지 아니하고, 구수하고 소박한 맛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바다와 접해있지 않은 측면도 있으나, 음식의 맛을 낼 때 강렬한 맛을 내는 젓갈의 사용을 최소화하니 대체로 맛이 맵고 짜지 아니하고, 음식의 모양 역시 요란하지 않고 수더분하다.


좋게 표현하자면 누구나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요, 부정적으로 표현하자면 특별히 내세울만한 향토음식이 참 애매하게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굳이 충주의 향토 음식을 굳이 꼽아보자면 왕의 온천이라고도 불리는 수안보 지역의 꿩고기 요리와 충주호와 남한강에서 잡은 민물고기 매운탕 정도인데 이 음식은 다른 지역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충주만의 향토성이 담겨 있다고 보기엔 모호한 부분이 있다.


충주 단월 소재 「장수촌 」의 누룽지 닭백숙


다만 우연의 일치인지 「닭」을 주재료로 만든 특별한 메뉴가 충주에서 시작한 것이 있으니 바로 《누룽지 닭백숙》과 《메밀국수와 치킨 조합》이다.  이 2가지 음식의 공통점은 모두 기존에 존재했으되 어울리지 아니했던 것들을 하나로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만들어내니 맛의 굉장한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통일신라시대 국토 중간에 세웠다는 충주 중앙탑


난 이 대목에서 충주가 갖고 있는 향토성은 특유의 조리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 저 뒤편에 숨겨진 문화적인 측면에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막국수와 치킨의 조합이 통일신라시대 원성왕 시절 국토의 중앙 지점을 알아보기 위해 같은 보폭을 가진 잘 걷는 사람을 정하여 출발시켰더니 항상 이곳에서 만났기에 세웠다는「중앙탑」에서 탄생했다는 것은 내 생각을 굉장히 그럴싸하게 뒷받침해 준다.


Since 1996, 세계 최초 치킨과 막국수 조합 식당


메밀막국수와 메밀반죽 치킨의 조합의 원조 식당이라는 충주 중앙탑면의「메밀마당」이라는 식당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다. 강원도가 고향인 주인장이 1996년 이곳에 터를 잡고 고깃집을 시작했으나 생각만큼 잘 되지 않던 차에 당시 충청도에선 흔치 않았던 메밀 막국수를 기본으로 하되 곁들임 음식으로 메밀가루 물반죽으로 튀긴 치킨을 내놓으니 그때부터 대박을 쳤다고 한다. 30여 년 가까이 된 업장이나 작년 화재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카페처럼 깔끔한 외관에 최첨단 키오스크 주문 방식을 채용한 것도 이채롭다.


 대박 업장이 생기면 인근 식당 역시 메뉴를 변경하며 '특화거리'가 되기 마련인데, 주변 식당들이 대부분 막국수를 주메뉴로 하고, 닭갈비와 치킨 등을 함께 내고 있다.


Netflix 흑백요리시


최근 가장 핫하게 회자되고 있는 방송이 바로 Netflix 「요리 계급 전쟁, 흑백요리사」이란 프로그램이다. 맛 하나만은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와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전쟁을 풀어낸 콘텐츠인데, 심사위원 역시 인지도는 없으나 대한민국 유일의 미슐랭 3 star 레스토랑의 안성재 님과 대한민국 요식업계 정점에 서 있는 백종원 님을 선정하여 심사하는 자와 받는 자 모두 흑과 백의 양강 구도를 만들어낸다.


기가 막힌 조합, 치킨과 막국수


이미 전국구로 발돋움한 춘천의 향토음식, 닭갈비와 막국수 조합을 백수저라 한다면 스타일리시한 상상력으로 구현해 낸 메밀 치킨과 막국수는 '맛' 하나로만 따지자면 백수저를 능히 제낄 수 있는 흑수저라 할 수 있을 듯싶다.


흑백요리사 안성재 심사위원의 어록을 빌려 이 조합을 품평하자면..

이븐(Even ; 고르게)하게 튀겨낸 치킨의 익힘 정도가 매우 좋았고, 차가운 막국수와 함께 먹을 뜨겁고도 바삭한 치킨의 튀김옷이 주인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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