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돌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콩 Nov 27. 2022

잠든 서로 고양이


서로는 언제나 내 근처에서 잠에 든다.

애써 곁에 있으려 하는 서로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 어느새 자고 있다.


잠든 서로의 얼굴은 노인의 것처럼 고단하다.

녀석도 인간처럼 무언가를 견디는 걸까.

고양이의 꿈길은 어떨까.


알 수 없다.


자는 내내 서로의 수염은 움찔거리고, 귀는 쫑긋거린다.

서로야, 이름을 부르면 눈을 감은 채로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

바보인가. 그냥 푹 자지.


등허리와 배가 차오르다 꺼졌다를 반복한다.

감자같이 조막만한 저 머리...


서로는 작고 조용한 고양이다.

침묵과 은신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사는 고양이.

겁이 많아도 어둠은 무섭지 않고, 밤이면 두 눈은 별이 된다.


내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서로 또한 내게 그럴 것이다.


그러나 저 영문을 모르는 고양이가

작아서 안쓰러운 고양이가

빛이 나서 나는 무섭지 않다.

그러니 서로의 꿈길 또한 따듯하길.


매거진의 이전글 밝게 다시 태어날 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