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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룡 바둑랩 Sep 09. 2021

1등이 2등이 되면 나타나는 현상

역사는 반복된다.


이창호9단이 스승인 조훈현9단을 이기고 1인자에 오를 때 조9단은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빠른 바둑에서 공격적인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이유는 한가지 자신의 쾌검이 더이상 이창호의 중검을 뚫지 못했고 나이 차이에 의한 계산력이 떨어지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불리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반에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공격적인 바둑으로 선회한 것은 1인자의 자리에선 내려왔지만 2위로 10년을 더 버틸 수 있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이창호9단이 이세돌에게 밀려 1위에서 2위로 내려올 때도 이창호9단은 바둑의 스타일을 변화했다. 정교한 계산력에 의해 끝내기에서 승부를 가리는 기다림의 미학에서 공격적인 바둑으로의 변화를 선택한 것. 

이유는 한가지다 나이가 들면 계산이 예전보다 떨어진다는 점이다. 

조훈현은 37살 이창호는 29살 이세돌은 27살 1위에서 내려올 때의 나이다.

바둑기술의 발달로 1인자의 최고 정점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인공지능으로 공부가 가능해져 경험이 기술을 압도하지 못한다.

박정환 역시 만27살이었던 2020년부터 신진서에게 후반에 밀리면서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2위로 내려왔다. 서서히 공격적인 바둑으로 변모하는 모습은 보여주고 있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신진서를 이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한 것 같다. 용성전 결승1국에서 이길 수 있는 공격찬스를 놓치고 끝내기 승부를 펼치려 한 것은 결국 패인이 되었다. 1위가 2위로 내려가는 것은 시간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위대한 선수로 바로 추락하고 만다. 조훈현 이창호와 같은 역사에 남는 선수가 되려면 박정환도 스타일을 변화해야 한다. 그것이 아직 30대도 되지 않은 박정환에게 앞으로 10년을 더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9월9일 용성전 결승2국은 박정환의 또 다른 바둑을 기대해 본다~  


용성전 결승1국 하이라이트 영상 https://youtu.be/iA62ztllD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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