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철학적 고찰
디자인은 태생적으로 더하기다.
내면의 것을 겉으로 표현해 내는 기술이 디자인이다.
그러기에, 디자인을 하는 행위가 공(空)을 만들 수 없다. 혹시, 비어있음이 내면의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디자인으로서의 비어있음을 표현했다면 그것 자체가 공(空)이 아니게 된다.
학생들의 과제나 루키 디자이너들이 여백이나 비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비워있다는 것은 있어야 할 것이 그 자리에 없다는 단순함이 아니다. 반드시 있어야 함에도 그 자리에 그것이 없다면 이는 단순한 비움이 아니다. 아주 고차원의 비움이어야 한다. 실은 공(空)으로 가득 찬 것이다.
무인양품(無印良品)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자리에 브랜드가 없다(無印).
그러나, 그냥 비워져 있는 상태가 아니라 그 자리에 품질로 가득 차 있다(良品). 이는 고도의 철학이다.
단순히 여백이 많거나, 공간이 넓은 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태생적으로 더하기다.
더군다나, 공공영역에서의 디자인은 비워둘 수 없다. 있던 것을 치우고, 어지러운 것을 단순화하는 것을 비우기라고 할 수 없다. 세상은 비워져 있는 상태를 용납하지 않는다. 우주가 균형을 이루고 사회와 자연이 풍만해지려면 적절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균형을 이뤄서 꽉 차 있어야 한다.
디자인에서 비우기라는 것은 정말 깊은 생각과 고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