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시점이 필요한 때
디자인에는 대상이 존재한다.
물건일 수도 있고, 서비스나 프로그램처럼 비물질적일 수도 있다. 혹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일 수도 있다. 그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존재해야 한다. 또한, 대상에 대한 디자인을 하기 전에 디자인의 재료가 되는 모든 것도 함께 존재한다. 사람, 시장, 재료, 감정, 기술 등이 그것이다. 디자인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유한한 것들 중 적절한 질서와 우선순위를 잘 고려해서 아름답게 배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존재에는 질료가 존재한다.
이것은 모든 관점에서 달리 관측된다. 디자인을 하게 되는 순간 시점에서, 인식에서, 의식에서 모두 다르게 인지되고 존재한다. 그런 경험을 많이 한다. 동일한 대상을 바라볼 때에도 저마다 다른 관점이 존재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여러 조건과 상황에서 미묘하게 바뀐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래서, 한정적인 시간이라는 조건 하에서 행해지는 디자인이 저마다 규칙과 질서가 부여될 수 있다.
디자인은 다름에서 출발한다.
그렇지 않다면 모두가 동일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출발과 과정에서는 관점의 객체가 되는 대상이 존재하고 그것을 판단하는 주체가 있다. 동일한 대상이 사실은 동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두가 동일한 생각을 하고 판단하는 전체주의는 끔찍하다. 우리는 다양한 다름을 인정하는 성숙한 사회의 일원이다. 그래서, 디자인의 가치가 높은 것이 아닐까. 일단, 바라봄에서 출발했다면 다음은 다양한 사고와 표현으로 이어진다. 관점과 생각이 다르다면 결과물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디자인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이런 디자이너의 관점은 지속적인 훈련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다르게 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 개인의 시점은 그 존재가 유일하듯이 독창적이다.
독창적이라는 것은 다름과 닮았다.
디자이너라는 아주 전문적인 직종을 가진 사람의 숙명이다. 항상 개선이나 변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모두가 한 곳을 볼 때 고개를 빼꼼히 빼고 목을 옆으로 뉘일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리에 주저앉거나 털썩 주저앉기도 해야 한다. 그러면 시선이 달라지고 눈과 사고에는 새로운 꼴이 펼쳐진다. 디자인은 그래서 역동적이다.
다르게 바라보기.
이것을 통해 동일한 대상을 보다 창의적이고, 저기 너머에 있는 다른 것과 연결하고 더해봐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디자인을 애써 적용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편익과 효율이 생긴다면 과한 부담감일까. 그러나, 그런 기분 좋은 부담감을 애써 짊어지고 살기를 작정한 사람들이 진정한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디자인은 또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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