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늘 부산디자인진흥원 경영총괄실장 인사평가를 다녀왔다.
이 자리는 원장 다음의 고위직으로 풍부한 행정경험이 필요한 자리다. 경영, 기획, 인사 및 예산·회계 등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부산광역시 및 산하 기초자치단체 등 협력지원을 해야 한다. 이른바, 행정고수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원자는 총 3명으로 각각 서로 다른 영역에서 최소 25년~30년 정도의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본격적인 심사 전 서류검토를 했는데, 여기에는 자유양식으로 자기소개서, 업무계획 및 포부 등을 쓰게 되어있었다. 각 지원자들의 서류를 보면서, 의문이 생겼다.
여기의 지원자들은 모두 행정이력이 엄청난 분들이다.
그래서, 이 중요한 자리에 지원할 때 제출하는 글쓰기에는 뭔가 포스(Force)가 있으리라 봤다. 서술식인 자기소개서, 개조식은 업무계획 등 대부분 5~6장을 넘지 않는 어찌 보면 간단한 양식이었다. 요즘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심사를 하는 입장이지만 한 수 배우고자 하는 마음도 컸다. 그러나 지원자 한 명, 한 명의 서류를 보면서 내가 가졌던 기대는 일순 무너졌다. 일부러 이렇게 쓴 것일까 싶을 정도로 글에 아무런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비문과 어설픈 표현들이 차고 넘쳤다.
오랜 기간 공공기관 행정직렬 근무이력이라면 뭔가 다를 줄 알았다.
물론, 정해진 형식이 공문 정도는 근무기간에 정비례할 수 있다. 그 외 보고서 같은 아주 기술적인 문서 역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의 생각과 각오, 지원동기를 풀어내야 하는 자기소개서의 글은 이어짐이나 콘텐츠 없이 서로 제각각 놀고 있었다. 어떤 지원자는 실제 면접과정에서 구술하는 것이 훨씬 좋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분은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스킬만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말의 내용은 절제되고, 형식은 간결했으면, 어조는 침착했다. 아쉬웠다. 그런 점이 글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나머지 두 지원자는 글이나 말이 똑같았다. 명확한 자기 생각이 없다 보니 말도 방향이 없고, 글도 길을 찾지 못했다.
글쓰기 능력은 자연스럽게 성장하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것과 같다. 무조건 많이, 자주 하면 어느 정도 성장은 하겠으나 한계가 명확할 것이다. 그림을 잘 그리고, 글씨를 잘 쓰는 것은 꾸준함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잘 그려진 그림을 따라 그려보기도 하고, 잘 쓰인 글씨를 흉내 내서 써보는 것이 중요하고, 잘하기 위한 전략과 뚜렷한 목표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것은 모두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은 꾸준함이다. 모든 것이 그렇다. 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나 요령 등이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꾸준함이 필수요소다.
오늘도 조금씩 조금씩 글쓰기 근육을 성장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