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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기연 Dec 27. 2024

전문가는 디테일에서 결정된다

전문가는 사회에서 대우받는다.

특수한 몇몇 분야는 일반인이 전혀 모르는 영역이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가 많다. 특히, 디자인이 그렇다. 최소한의 상식이 존재하고, 적어도 개인적 취향이 존재한다. 그래서, 디자인이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 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경력의 여부에 따라 전문성이 나뉜다. 당연한 말이지만, 항상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다. 업계에서 얼마나 있었느냐는 것은 전문성을 대변할 수도 있고, 다른 대안이 없을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할 때 전문가는 디테일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일반인의 시선에서는 이만큼이면 됐다고 생각해도, 전문가는 거기에서 더 깊이까지 고려해야 한다. 디자인의 경우 퍼소나(Persona)라고 하는 가상의 대표적인 사용자, 혹은 소비자를 선정할 때 얼마나 상세한 자료를 통해 어느 정도 구체화했냐를 보면 알 수 있다. 대학교의 전공생들이 들어가는 깊이에서는 이름, 나이, 성별, 직업, 취향, 니즈와 원츠 등으로 퍼소나 모델링을 한다.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항목의 숫자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깊이가 다르다. 일반적인 인구통계학적 항목이야 별 차이가 없겠으나 취향, 니즈와 원츠에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수준의 차이가 전문가와 비전문가(일반인)의 차이다. 


물건을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 두께면 사출 상 큰 문제가 없고, 조립성도 괜찮겠지 싶어도 전문가는 거기에서 더 들어가야 한다. 사출 상 불량이나, 관계되는 PCB나 기타 내부 부품과의 조립성도 고려해야 한다. 말이 나왔으니 PCB의 예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PCB는 기기 내부의 어딘가에 장착되어야 한다. 일반적 수준에서는 PCB가 장착되는 곳에 위치 정도만 표시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가. PCB 자체에 장착되는 부품들을 살펴야 한다. 혹시, 다양한 전기전자 회로의 높이 때문에 조립 시 간섭되는 부위가 없는지를 미리미리 체크해야 한다. 또한, 발열이 우려되는 부품이 있는지, 있다면 그 위치는 어떻게 되고 가장 가까이 있는 하우징(본체)과의 공간은 어떤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조립이 잘 되었다고 해도 외부에서 물리적, 화학적, 기타 압력이 가해질 때 간섭이 되지 않는지 체크해야 한다. PCB 설계하는 사람들은 최적의 크기로 설계하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내부에서 장착할 수 있는 보스에 따라 조금은 비효율적인 면적으로 설계될 필요도 있다. 보스나 리브가 들어가는 부위는 사출 시 그 부위가 파일 수 있는 우려가 있으니 설계할 때 이를 반영하고, 이후 사출할 때의 속도나 온도 등에 따른 조건도 이후 함께 살펴야 한다. 거기에 PCB가 장착되는 위치에 맞는 보스의 높이와 두께, 그리고 PCB가 장착될 때 들어갈 깊이, 거기에 이를 고정하는 피스의 규격까지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지금 대략 열거한 내용은 제품개발 시 아주 기초적인 부분이다. 여기에 재료의 종류에 따른 수축률과 후가공의 방식, 캐비티 숫자 등 따져야 할 것이 아주아주 많다. 


다른 디자인 영역 역시 마찬가지다. 

포장디자인, 시각 아이덴티티 디자인, 공공디자인 등 누구나 취향은 존재한다. 나는 포장지 컬러가 이랬으면 좋겠어요, 이 모양은 둥그스름한 게 좋지 않나요 등등 배가 산으로 갈만한 요소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때 전문가는 선택가능한 영역에서 고려해야 할 여러 사항들을 리스트업해야 한다. 산업디자이너는 특히 개발부터 생산, 판매, 폐기에 따른 전 과정과 함께 연계된 다양한 경영자원과 조건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아주 단순한 물건이라고 해도 결정해야 하는 사항은 아주 많다는 것이다. 이런 많은 사항들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익혀지고 체화된다. 


그래서, 이런 경험을 통한 지식이 전문성으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느 선까지 들어가야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가. 답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비전공자)의 관점에서 "뭘 그렇게까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기준 같다. 딱히,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의 대상은 아니겠지만, 거의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는 지금은 그래야 한다. 적어도 스스로 전문가로서 그에 합당한 대우를 기대한다면 필수요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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