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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나 Jul 07. 2021

음악이론 전공, 뭐 하는 전공인데.

내 전공 이야기.


   내가 소속된 학과는 작곡과, 세부전공은 음악이론 전공이다. 그러면 "아, 작곡과! 그럼 작곡할 수 있어?" 라는 질문을 꼭 듣곤 한다. 16살 늦은 나이에 피아노가 좋다며 겨우 전공을 시작해, 아무것도 모른 채 피아노만 쳐 오던 나에게는 꽤나 당황스러운 질문이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화성학이나 음악사 같은 걸 배우기 시작했고, 음악이론 전공에 들어와서야 음악분석을 겨우 배우기 시작했는데 작곡을 할 수 있을 리가. 머쓱하게 웃으며 작곡의 'ㅈ'도 모른다고 답하면, 다음으로 이어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작곡도 안 해, 피아노도 안 쳐. 그럼 뭐 배우는 학과인데? 뭐가 좋아서 전과까지 했어?

   솔직히 말하자면 그 당시에는 몰랐다. 다만 음악이론 전공 전담 교수님이자 나의 음악사 교수님이었던 분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강의 속에서 그의 열정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는 것만 같았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를 전공하신 교수님. 강의는 정말 쉽게 흘러갔다. 수다를 떠는 듯 웃고 음악을 듣다 보면 강의가 끝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교수님의 '음악적 수다'를 한참 듣는 것이었다.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분야를 잘 알고 쉽게 풀어서 설명하시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음악사를 공부해 보고 싶다고. 항상 음악을 연주해 오던 나에게 음악을 연구한다는 것은 낯선 일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음악이론이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든 나에게 이론이란,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서 풀던 교재 속 내용에 불과했다. 조금 성장해서는 그것이 화성학이었다는 사실 정도였다. 즉, 작곡기법이 내 이론의 전부였다. 그러나 전공을 바꾸고 나서 내게 주어진 이론은 무궁무진했다. 음악사는 물론이고 음악미학, 음악사회학, 음악인류학... '음악'이라는 말이 붙어 생겨난 수많은 학문, 그리고 음악학. 처음 들어왔을 때는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양에 아찔하기도 했다. '글 좀 쓴다'는 말과 열정만 믿고 전과한 나에게는 그저 부담이었다. 이것만을 알았을 뿐이다. 내가 하고 있는 공부의 이름이 음악학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제 내가 할 일은 음악을 학문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

    음악을 학문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우리 전공 이야기로 예시를 들어 보자면, 실기 시험을 준비하는 타과 학생들과 달리 우리는 소논문을 써서 제출한다. '논문레슨'이라는 말 아래에서 교수님과 나의 글에 대해 토론하고, 음악에 대해 토론한다.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문헌을 찾아 공부하는 것까지 순전히 나의 몫이 된다. 그렇게 공부하며 새로 안 내용을 글로 풀어나간다. 그렇게 하면 어느새 논문 한 편이 완성되고, 내가 공부한 만큼 내 시야는 넓어지는 것이다.

   사실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음악학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리를 해갈 때쯤이면 본질적인 의문점이 생겨난다. 매 학기 학교에서 쓰는 논문을 위해 공부하다가도, 아무 생각 없이 동네 서점에 들를 때도, 심지어 음악학에 관련한 논문을 읽다가도, '그래서 음악학이 뭔데?'하는 질문이 울컥 들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것이 음악학에 대한 다양한 논문이다. 다른 논문은 조금 편하게, 책 읽듯 읽어내려간다면 음악학 논문은 전투하듯 읽어나가곤 하는 이유가 끊임없이 드는 나의 질문 때문이다. 결론은 내렸냐고 묻는다면... 사실 아직 내리지 못했다. 다만 '음악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학문의 목표는 아닐까, 하고 생각할 뿐이다.

    아마 이 의문은 내가 이 학문을 공부하는 한 계속해서 들 것이다. 뭘 공부하는 건지, 대체 이 끔찍하게 사랑스러운 '음악학'의 정체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의문을 가질 것이다. 나는 모르겠다 말하더라도 내 뒤에는 나만의 음악학 길이 만들어질 것을 기대하며. 또다시 의문을 던진다.


"그래서 음악학, 너 대체 뭐 하는 학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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