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비생산적 자산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하여
프랑스 정부가 미술품을 포함한 비생산적 자산에까지 부동산 재산세를 확대하는 새로운 법안을 제안하면서 미술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IFI로 불리는 기존의 세제가 미술품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세금이 예술가와 갤러리, 컬렉터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지우고 미술 생태계의 창의성과 순환 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남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법안은 10월 말 하원 1차 심사를 통과한 이후 상원 심의와 합동위원회 검토를 앞두고 있으며, 정책 변화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 미술계는 이미 공동 성명을 통해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 갤러리 연합 CPGA와 아트 바젤을 비롯한 127개 기관이 참여한 이 성명은 프랑스가 유럽 미술시장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시점에 미술품 보유세가 도입된다면 시장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금이 도입될 경우 수집가들은 거래와 보관, 전시를 스위스·영국·미국 등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프랑스가 구축해온 예술 허브로서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미술품을 비생산적 자산으로 규정하고 보유 행위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문화적·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예술작품의 성격과 충돌하며, 전통적으로 예술품에 보유세가 부과되지 않았던 유럽 시장 전반에도 새로운 선례를 남길 수 있다.
프랑스 미술시장은 2024년 기준으로 유럽연합 전체 시장 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세계 4위 규모를 기록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논의가 단순한 세제 변경을 넘어 시장 구조의 전반적인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은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진다. 미술품 보유세는 작품의 유동성과 가격 형성에도 직접 작용하며, 수집 활동을 국외로 이동시키거나 컬렉션 전략을 재편하도록 만드는 압박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결국 세제가 불리해지는 국가를 피하고 이동하는 컬렉터의 흐름은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예술 생태계의 중심축이 옮겨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번 논의는 프랑스만의 특수한 맥락에서 비롯된 측면도 존재한다. 최근 악화된 재정 상황 속에서 새로운 세원을 확보해야 하는 정부가 과거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자산군에 관심을 돌린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부유층 과세가 한계에 이르자, 미술품 같은 고가 자산에 보유세를 부과하려는 시도는 일종의 우회 전략이자 잠재적 세수 확보 방안으로 해석된다. 아직 정확한 세율이나 적용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일정 가치 이상의 작품에만 세금이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되며, 자산 평가 기준에 따라 세부 규정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경제 지표와 재정 압박에 따라 유럽 내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미술품을 어떻게 규정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더 폭넓은 논의를 촉발할 수 있다.
미술품은 오랫동안 취득세와 보유세가 없다는 점에서 자산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축으로 여겨져 왔다. 예술품을 장기적 시각에서 수집하는 컬렉터들에게 세제 환경은 시장 참여의 전제 조건이자 안정성을 결정하는 요소였다. 그렇기에 프랑스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예술품을 둘러싼 가치 인식과 시장 구조가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정적 필요, 문화적 맥락, 시장의 자율적 움직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예술계는 다시 한번 자신들의 위치와 역할을 점검해야 한다. 변화는 피할 수 없지만, 그 변화가 예술 생태계의 생명력을 해치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